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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잘 먹고 잘사는 것이란. 안암동 참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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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6월 28일

종암동에 대해서 글을 쓰고 나니 갑자기 종암동 옆 동네로도 이동하고 싶어졌다. 원래 성북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동의 구분”이 중요한 건가 싶을 정도로 성북구의 동의 구분은 모호한 곳들이 정말 많다. 종암동에서 개운산을 경계로 딱 붙어있는 그곳, 안암동이라는 곳도 그런 곳이다.

그리고 그런 안암동에서도 더 모호한 곳이 있다. 바로 안암동 “참살이길”이다. 솔직히 나도 어릴 때부터 쭉 참살이길은 다양한 목적으로 자주 갔었지만, 그런 나도 참살이길이 “왜 참살이길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마당에서 참살이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일일 수도 있다.

참살이길에 대한 유래를 찾아보니 자연스럽게 고려대학교 공식 블로그가 뜬다. (출처 – https://blog.naver.com/ku_1905/221011869926)

고려대학교의 설명을 잠시 빌리자면, 참살이길. 이곳은 정확하게는 고려대로 24길인데, (한때 이보다 더 익숙한 명칭이 있었지만, 이제는 불명예스러운 명칭이 되었으므로 이 표기를 쓴다.) 이곳은 고려대학교 자연대학의 정문 – 울타리를 경계로 길게 난 길이였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여기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주거지였다고 한다. 당연한 거기도 한데, 대학교 교문 앞에 있는 거리이다 보니 당연히 하숙집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안암동 로터리 (현재 안암오거리)를 통해서 동대문구 신설동과 용두동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도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80년대까지는 상권이 고려대학교 정문에 있었다고 한다. 아직도 고려대 정문 건너편을 옛날부터 산 어른들이 정문 건너편을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던 곳”이라고 기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닐까, 고려대로 24길도 90년대에 들어선 퇴폐화를 피할 수 없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하숙집들이나 오래된 집들이 없어지고, 그 빈자리를 소위 “단란주점” 등의 퇴폐업소가 차지했다고 한다. 결국, 이것을 참을 수 없었던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가 들고 일어났고, 총학생회는 이른바 “자연대 앞 퇴폐업소 불매운동”을 벌이기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의 하나로 당시 총학생회가 하게 된 것이 바로 “참살이길 선포식”이었는데, 고려대로 24길을 “참된 삶의 길”로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였고, 이 행사가 성황리에 진행된 이후 이 길은 “참살이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동네가 진짜 “참살이 길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2001년 지하철 6호선 안암역이 개통되면서이다. 지하철 6호선은 개통 직후에도 대학생들에게 화젯거리였는데, 아직도 고등학교에서 유행하는 “2호선 타자”의 유래가 된 지하철 2호선에 (특히 연세대, 서울대, 이화여대, 홍익대) 필적하는 급의 대학교들 (특히 고려대, 서강대, 육군사관학교, 동덕여대, 한예종) 인근에 6호선 지하철역이 세워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2호선에는 연세대가 있었고, 6호선에는 고려대가 있다 보니 이 두 노선은 일종의 라이벌리(?)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고, 고려대 학생들에게도 연세대의 “신촌역 앞 거리”에 필적할만한 거리를 드디어 참살이길을 통해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 바로 “고려대-연세대 정기전” 고연전이다.

개인적으로 여러분들이 삶에 여유가 있다면, 참살이길은 앞으로 소개 할 세 번의 때에 가 볼 것을 추천하는데, 먼저는 4월 벚꽃이 필 때. 그리고 고려대 학교축제가 있는 때, 그리고 고연전 할 때. 이렇게 3번에 때에는 꼭 가 볼 것을 권한다. 벚꽃은 참살이길의 가로수가 다 벚나무라서 벚꽃의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고려대 학교축제 때 가면 고려대 학생들과 참살이길 상인연합회에서 걸어놓은 유머 가득한 현수막들을 볼 수 있으며, 고연전 기간에 가면 정말로 [차 없는 거리]로 교통통제를 해 놓고 학생들이 거리응원을 하는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도대체 “안암역과 안암오거리 사이에 난, 이 넓지도, 좁지도 않은 어중간한 길이 왜 재밌는지” 궁금하다면 눈을 들어 고려대를 보게 하라.

[부록 – 필자가 (주관적으로) 뽑은 참살이길 맛집]

지하철 6호선 안암역에 내려서 참살이길을 왔을 때 당연히 주로 가게 되는 곳은 “맛집”이다. 아무래도 참살이길이 유명해진 2000년대를 기점으로 자영업 – 프랜차이즈 가릴 거 없이 다양한 음식점들이 들어왔고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이 지역을 본점 내지는 거점 점포로 하여 성장한 브랜드도 있어서 성북구 입장에서도 “상생의 경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이 참살이길 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지역이 재밌게도 인근에 중, 고등학교들을 끼고 있는 관계로 (위쪽으로는 용문중-고등학교, 아래쪽으로는 대광중-고등학교를 끼고 있고, 조금 멀게는 서울사대부중, 사대부고와 성신여중-여고와도 접점을 같이 한다) 대학생뿐만이 아닌 좀 더 다양한 계층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업주들에게는 조금 까다로운 요소”가 이곳을 한층 더 “맛집의 거리”로 만드는 데 한몫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여기는 정말 다양한 맛집들이 많다. 나도 여러 이유로 이 지역의 음식점들을 많이 가봤으나, 다 가 보진 못했다. 그만큼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정말 직접 가서 먹어본 음식점 중에 괜찮은 곳들 몇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안암 *줌마치킨]

이 곳은 처음에는 교회 회식장소로 가게 된 곳이었는데, 이 곳에 가보면 여러분은 좀 많이 놀라게 될 것이다. 먼저 메인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줌마치킨에 사이드메뉴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떡볶이에 감자튀김, 새우튀김 등 치킨보다 사이드가 더 많다) 또한 소짜를 시켰는데 소짜가 아닐 정도로 양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또한 *줌마치킨 외에도 흑마늘치킨, 크림어니언치킨도 꽤 맛있으며 이 두 개의 메뉴들은 점심시간에 시키면 “치밥메뉴”로 고를 수 있다. 치킨-밥-치킨무로 이루어진 “치킨 백반”의 위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저녁에 푸짐하게 모여서 가기에도 좋다.

[*나레스 안암 본점]

위에서 말했던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이 지역을 본점 내지는 거점 점포로 하여 성장한 브랜드” 중에서 한 곳을 이 지역에서 찾자면 역시 *나레스다. 안암동은 다른 동네와 달리 중국음식점보다 인도음식점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이유라면 역시 오래전 안암동-제기동에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국적의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주해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이분들이 별도의 생업으로 커리와 난을 만들어 팔던 것이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한국 유학 중인 외국 유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뿌리를 박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안암동에서 이곳은 한국인이 본점을 내고 운영하기 시작한 인도음식점이다. 대표분이 인도 여행 중에 인도 커리에 김을 얹어 먹고 난 후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차렸다는 *나레스는 이제 경희대 앞에도, 성신여대 앞에도, 심지어는 안암동과는 먼 곳이라 할 수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에도 점포가 들어 서 있다. 이곳은 다른 인도음식점과 다르게 참깨 난이 맛있는 집이다. 보통 다른 인도음식점은 난 빵을 내세울 때 갈릭 난이나 버터 난을 내세운다. 그런데 이 집만 유독 참깨 난을 내세운다. 다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참깨 향을 강하게 내어 만든 참깨 난은 인도 커리와 함께 했을 때 버터 난에서도, 갈릭 난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담백함을 준다. 이게 이 집의 포인트다. 게다가 따로 카운터에 요청하면 대표분이 직접 먹어봤다는 인도 커리 + 김가루 조합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평을 말하자면, 이렇게 먹고 난 후엔 여러분도 당분간 집에서도 이 조합으로 먹게 될 것이다. (물론, 당분간이다)

[안암동 삼*치킨]

안암동 삼*치킨은 너무 유명한 곳이라서 이곳을 꼽는 게 당연한 건지, 아니면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꼽은 이유는 개인적인 사연이 다분한 곳이기 때문도 있다. 삼*치킨은 너무 가까워서, 그리고 너무 익숙해서 내 삶의 희로애락과 같이 한 곳이기도 하다. 동네 친구들과도, 교회 회식 때도, 그 외 기타 여러 이유로 삼*치킨 통닭을 먹은 기억은 있지만 제일 잊을 수 없는 것은 친할머니가 쓰러지실 때 (물론 지금은 소천하셨지만) 같이 병원 병문안을 갔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엄마와 나를 데리고 가서 같이 먹게 되었던 통닭이었다. 아직도 그때의 닭 맛은 울컥하면서도 뭔가 그리운 맛으로 남아있다.

솔직히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고파스 포함 고려대학교 관련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꾸준하게 나오는 이야기가 “삼*치킨 치킨 맛이 예전 같지 않다.”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학생들과 너무 오래 있어서 맛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학생들 말대로 치킨 맛이 변했다고 한들 그것마저도 삼*치킨의 맛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언제나 “추억과 함께 하는 맛”인 것은 확실한 것이니까.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송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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