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영역으로 건너뛰기
성사경통신원

성북정보도서관 월장석 방방방, 그리고 천장산 우화극장

사용자의 프로필 이미지
by 성북마을
2019년 7월 31일

성북정보도서관은 성북 구립도서관 중에서도 극장이 있는 도서관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도서관에서처럼 극장 시설을 이용해 강연을 하기도 하고 공연이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말에는 ‘과학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과학강연이 열렸다. 6월 27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는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로 성북정보도서관 내 천장산 우화극장에서 강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김상욱 교수는 알쓸신잡 출연 교수이자 물리학자로, 방송출연자다운 특유의 재치와 즐거움을 담아 알차게 강연했다. 청소년과 어른들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한 천장산 우화극장에서는 6월 마지막 토요일에는월장석방방이라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월곡·장위·석관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모여 ‘월장석친구들’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월장석방방방이라는 행사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계절별로 한 번씩 진행한다고 한다. 여름에는 귀신의 집을 테마로 진행이 되어서, 월장석 방방방이 열리는 지하1층은 온통 귀신의 집으로 변했다.

평소와 똑같은 모습의 출입문을 지나 지하로 들어갔음에도 이전과 달리 으스스하고 서늘한 기운이 맴돈다. 1층 로비에는 물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행사 안내를 하고 있다. 식당도 평소 모습이 아닌 귀신의 집 주방으로 변했다. 밝은 조명이 아닌 블랙라이트가 실내를 음침하게 밝혔다. 가져다 놓은 음식은 더더욱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은 이 이색적인 분위기에서 칼로 도마 위에 감자를 올려 놓고 까는 체험을 한 뒤, 붉은 빛 주스와 으스스한 과일을 받아다가 테이블로 가져다 먹었다. 모양은 으스스했지만 맛은 대단히 좋았다. 식탁의 양쪽에는 예전에 거리공연에서 봤던 여우와 두루미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모든 체험을 모두 마치면 다양한 스티커를 주는데, 이 스티커를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면 비로소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체험 퐁퐁월드는 수많은 볼풀들과 커다랗고부드러운 스펀지들이 숲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벽에는 체험 미션을 완수한 아이들이 탈출하며 찍은 손자국이 가득하다. 공연이 시작되자 실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천장산 우화극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더니, 공연장 문을 굳게 닫았다. 늦게 오는 사람은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알차고 즐거운 공연감상을 위함이다. 작품의 이름은 나비_넘사벽, 도대체 무슨 퍼포먼스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무대 위엔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람이 책상에 앉아 있고, 영화처럼 보이는 큰 화면에 영상이 나타났다. 주인공이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지 화면에는 시험문제가 나타났다. 그러다 곧 화면이 바뀌었다. 이상하게 작품 속 낯익은 풍경이 이어졌다. 방금까지 우리가 있던 로비였다. 화면 속 주인공이 벽에 페인트 칠을 몇 번 하고 나니 판타지처럼 그림이 나타났다. 언제 찍어 놓은 거지? 아까 화장실에 갈 때만 해도 없었던 그림이었는데.

그 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며 화면 속 주인공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경찰(배우)들이 따라 들어오고 관객들은 모두 극장 밖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렇게 밖으로 나와 본 관객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벽에는 예술 작품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늦게 온 관객들은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신 밖에서 배우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 공간을 이동해서, 체험프로그램 <이야기하는 상자>안에 있는 그림을 상영했다. 블랙나이트 안에서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그린 장면들이 나오는데, 귀신 그림도 있고 시험 문제도 있었지만, 밀린 월세며 월요일이 나오는 것을 보니 어린이들만 참여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이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월장석 방방방은 마무리됐다. 지난 봄에는 봄소풍을 컨셉으로 공연을 했다고 한다. 여름에는 이렇게 으스스한 분위기로 귀신의 집을 만들고, 가을이 되면 또 새로운 컨셉의 공연을 한다고 한다. 어떤 컨셉의 공연일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아직 두 번의 공연이 더 남았으니 이 기사를 보고 관심이 생긴다면 한 번쯤 가 보아도 좋을 일이다.

여담이지만, 원래는 어린이처럼 놀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였는데 아이 엄마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이 모이면서 이런 행사가 되었다며, 다음에는 어른 친구들도 데려 오라고 슬쩍 귀띔한다. 연령과 상관없이 도서관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미선]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