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성북에도 그 시간동안 변한 것이 있다. 바로 독서문화다. 성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어 모범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성북구 한 책 읽기’가 있다. 성북구 한 책 읽기는 지역주민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 읽고 토론하는 성북구 대표 독서운동으로 올해로 딱 10주년이 되었다. 생각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소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만들고자 추진하게 된 독서운동이다. 나에서 우리, 마을과 지역으로 생각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주민 스스로 함께 풀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마을활동이기도 하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첫 성북구 한 책으로 선정된 이후, 2012년 ‘가족입니까’에 이어 이후로는 아동도서와 청소년 이상 도서를 각각 선정하여 2013년 ‘안녕, 친구야’와 ‘철학이 필요한 시간’, 2014년 ‘발레 하는 할아버지’와 ‘두근두근 내 인생’, 2015년 ‘학교가기 싫은 날’과 ‘소금’, 2016년 ‘슈퍼 거북’과 ‘소년이 온다’, 2017년 ‘우리가족 납치사건’과 ‘쇼코의 미소’, 2018년 ‘악당이 사는 집’과 ‘딸에 대하여’, 그리고 2019년 ‘바꿔’와 ‘설이’가 한책으로 선정되었다.
2011년부터 민관협의체인 책읽는성북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추진해오던 성북 한 책 읽기 독서운동은 2016년부터 한 책 선정을 주민주도로 추진하게 되었다.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지역주민으로 이루어진 한책추진단을 구성하여, 100명 이상의 주민들이 한 장소에 모여 토론을 통해 한 책을 선정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어 한 책의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청소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올해의 한 책 후보도서 4권도 이미 선정되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보라 외 ‘벌새’, 조해진 ‘단순한 진심’, 이금이 ‘허구의 삶’이 그 후보들이다. 앞으로 4권의 책을 한 권,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후보도서는 김보라 외 ‘벌새’.
벌새는 2019년에 개봉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엮어 만든 책이다. 영화는 백상예술대상, 대종상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워싱턴웨스트영화제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59관왕을 기록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열네살 소녀 은희가 사랑받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쩌면 흔하디흔한 이야기이고, 전혀 눈에 띌 것 없는 한 소녀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풀지 못한 감정들과 더 나아가 사회구조적인 모습들은 조용히 다가와 깊숙하게 박혀버린다.
영상으로 다 담아내지 못한 에피소드와 글이 주는 감동을 담아 책으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 책의 절반은 소설가 최은영, 영화평론가 남다은, 변호사이자 배우 김원영, 여성학자 정희진이 벌새를 통해 읽어낸 사회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영화 성평등 테스트인 ‘백델테스트’로 잘 알려진 미국의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백델과의 인터뷰도 함께 실렸다.
코로나 19로 사회전반으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성북구 한 책 읽기 운동도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한참 후보도서들을 읽고 토론하는 후보도서데이가 진행될 시기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해야하는 상황이기에 여럿이 모여 토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우리집에 찾아온 한 책 작가 맞이법’을 진행한다.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시청할 수 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