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마음
이육사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恩寵)이 잠자고 있다.
흰 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질여 있다.
낡은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어 있다
<바다의 마음>은 현재 남아있는 이육사의 친필 원고로 ‘편복’ 과 더불어 중요한 문학사로 알려져 있다. ‘청포도‘나 ’광야‘와 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3연 9행으로 시대의 격동과 시인의 긴박한 감정이 바다의 풍부한 이미지로 표현된 아름다운 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낡은 그물‘은 바다의 위해를 가하는 존재로. ‘푸른 보‘는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넓은 마음을 ’음모‘는 음흉한 흉계 의미가 아닌 바다에 가해지는 각종위해를 감싸 안은 그 이면엔 강한 힘을, 독립 운동가로 활동하며 바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 된다.
성북구에는 만해 한용운을 비롯한 많은 독립운동가와 문인들의 자취와 숨결이 서려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이육사를 흠모하는 것은 행동하는 지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필명이 이육사인 이유가 23세에 대구 조선은행 폭탄사건에 연루되어 첫 번째 옥살이를 할 때의 수인번호 264였기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는 섬세하고 강인한 자신만의 의지적인 어조로 조국독립의 강한 염원을 노래하면서도 독립을 위한 투쟁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시신을 감쌌던 옷이 일제의 모진고문에 붉은 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후손인 우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육사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쩌면 독립이라는 배를 세상에 띄어 우리민족의 자유로운 미래를 꿈꾸었을 것이다.
1939년 성북구 종암동 62번지에 거주하며 그는 대표적 시 <청포도>, <절정>을 잡지 문장에 발표했다. 이러한 이육사의 생애를 기념하기위해 지난해 12월 문화 공간 이육사를 종암동에 개관하였다. ‘문화 공간 이육사’에서는 11월 3일부터 12월 12일까지 안동 이육사문학관과 특별교류전 <바다의 마음>을 전시 한다 1층 안내 데스크. 라운지 <청포도>를 지나 2층 상설 전시실 <광야>는 이육사의 활동 자료 및 작품 ,실물사진. 영상자료실 등이 있다. 이육사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육사의 친필 시 <바다의 마음>과 1936년 7월 이육사가 경주에 머무는 동안 친구 신석초에게 보낸 친필 엽서도 전시 되어 있다. 엽서는 시인의 당시 정황을 알려주고 있으며, 잔물결 치는 동해의 풍경을 시적으로 표현한 문장을 담고 있다. 그 밖에도 이육사 사후 발행된 네 권의 시집이 전시되어있다. 최초로 발행된 시집은 1946년 발행된 「육사시집」으로서 동생 이원조가 육사의 시를 모아 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육사문학관 관장이자 문학박사인 손병희 씨가 들려주는 작품 해설,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가 말해주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등의 영상을 약 10분 상영 한다. 또한 3층 기획전시실 교목은 이육사의 휘호 ‘수부선행(水浮船行)’을 최초로 전시 한다. 소장자인 종손자 이승환 씨가 2년 전 언론에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렸으며,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부선행’은 현존하는 이육사의 유일한 휘호로서, ‘물이 배를 띄워 가게 한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 공간 전체를 바다 형태로 파도가 출렁이는 형상을 디자인하고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연상하도록 움직이는 의자를 배치했다. 관객들은 이 의자에 앉아 이육사의 휘호 ‘수부선행’을 바라볼 수 있다. 만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외삼촌 일창 허발에게 독립운동자금 지원에 대한 답례로 이육사가 쓴 글씨이다. 그는 독립운동을 위해 배를 타고 만주와 조선을 오고 갔다. 육사의 결연한 의지가 힘차게 꺾여서 휘도는 붓놀림엔 당시 쫓기는 독립 운동가로서의 긴박함이 담겨 있다.
대금·소금연주자 한충은은 이육사의 시에 영감을 받아 창작곡 ‘광야’, ‘청포도’를 작곡했다 헤드셋을 통해 울리는 광야는 육사의 굳은 의지와 신념이 격조 높은 대금 가락 속에 담겨 있다. 반면 청포도가 익어가는 고향의 마을을 담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가락은 진한여운을 남긴다.
깊어가는 가을 ‘문화 공간 이육사’ 에서 이육사의 문학적 자취를 돌아보며 코로나 19로 잃어버린 우리들의 일상을 되찾는 다짐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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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는 날: 매주 화요일~토요일 / 오전10시~오후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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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해설: 10인 이상일 경우 사전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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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