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거리 곳곳에 오색찬란한 단풍이 예술처럼 펼쳐진다. 자연이 주는 선물인 이 이름다운 풍경을 즐기기 위해 산이나 도심 외곽으로 단풍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많아지는 때다. 하지만, 단풍 구경을 위해 꼭 먼 곳으로 떠날 필요는 없다. 도심 속 근사한 단풍길을 서울시에서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서울 단풍길 96선’으로 소개되는 이 길은 총 153㎞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 종류도 우리에게 친숙한 은행나무부터 느티나무, 왕벚나무 등과 수형이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등으로 그 수량은 약 5만5,000여 주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같이 다채롭고 화려한 단풍길을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심 속 걷기 좋은 단풍길’, ‘물을 따라 걷는 단풍길’, ‘공원과 함께 만나는 단풍길’, ‘산책길에 만나는 단풍길’ 등 4개의 테마 길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서울 단풍길 96선 중 성북구에 속한 길은 2곳이다. 성북구청과 대광초등학교 사이의 ‘안감내길’과 생태체험관에서 마로니에마당까지 이르는 ‘개운산산책로’다. 4종류의 테마길 중 ‘산책길에서 만나는 단풍길’에 속한다. 볕이 좋은 어느 오후, 성북구의 단풍길 중 안감내길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대광초등학교에서 하차, 지도를 따라 걸으니 한눈에 단풍길이 시작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왼편으로 대광초등학교가. 오른쪽으로 성북천이 보였다. 누가 봐도 이 길이 바로 안감내길이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리의 초입은 자줏빛으로 물든 단풍나무 길이고, 조금 지나니 선명하게 노란 은행나무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단풍길을 걷는 중 성북천을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다리를 지나게 되는데 가장 먼저 만난 곳은 안암2교다. 안암2교를 지나 ‘보문동 마을여행안내판’을 통해 이곳이 보문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곧이어 보문1교도 볼 수 있었다. 단풍 구경에 빠져 걷고 있자니 안감내길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안감내길은 안암동 서쪽 끝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천변길이다. 성북구 안암동 41-37번지 대광초등학교에서 성북구청 뒤를 지나 동소문동5가 76번지 돈암사거리에 이르는 폭 15m 길이 1,670m의 2차선 도로다. 1984년 11월 7일 서울특별시공고 제 673호에 의해 처음 안감내길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안감내길을 따라 흐르는 성북천의 옛 이름인 안감내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안감내길의 단풍길을 걷고 있자니, 본격적인 가을을 이제야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북천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단풍길의 풍경은 바로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밟는 것도, 떨어지는 낙엽을 온몸으로 느끼는 기분까지 말이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단풍길’로 중 성북구의 개운산산책로는 개운산 생태체험관에서 마로니에마당까지를 말한다. 개운산은 1940년 3월 12일 지정된 산지형 공원으로 돈암동, 안암동, 종암동 등을 잇는 성북구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해발 134m에 불과하지만, 소나무가 우거져 한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호랑이가 사는 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개운산으로 향하는 최적의 진입로를 설명하면 이렇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6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 20번을 타고, 산책길 끝자락인 성북구의회입구에서 하차하면 직진해서 마로니에 공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개운산산책로인 단풍길을 찾기 위해서는 개운산 공원 순환 둘레길을 걸어야 한다. 개운산 산책로는 개운산 둘레 능선 길을 걷기 쉽게 닦아 놓은 길로 전체 약 3.4km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천천히 걸을 수 있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적지 않다.
개운산 산책로에는 지압용 자갈길과 더불어 개운산자연학습장도 있어 근처 유치원의 현장학습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마로니에마당까지 이어지는 무장애 길과 피톤치드 가득한 산림욕장, 산마루북카페, 유아동네숲터까지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는 물론 자연과 더불어 휴식이 필요한 구민들에게 작은 안식처와 같다.
사실, 집 밖을 나오면 어디에서나 단풍나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천지가 온통 가을인 거리를 걷다 보면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을 잊을 수도 있다. 더 늦기 전 단풍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 걸음씩 느긋하게 걸으며 마주하는 끝내주는 풍경들 속에서 잠시 쉬어보는 거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