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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현장스케치] 제17회 이야기 체험 성북마을 책잔치 『Book on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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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23년 6월 20일

6월 17일 늦은 4시, 정릉 3동 시장 데크가 유모차를 탄 아이와 부모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 초등생부터 청소년들, 그리고 청장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줄을 서서 이름을 적는 사람들, 약 봉투를 받아 열심히 집게와 젓가락으로 봉투에 무언가를 담는 사람들, 텐트 속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아이들, 과자 따먹기를 하는 아이들, 비눗방울 총을 쏘며 사진 찍는 공룡과 줄넘기, 신발 던지기에 집중하는 아이들까지.. 언제나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인 데크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게 확실했다.

아하!! 성북구 골목골목에서 주민들과 함께 소소하지만 중요하고, 어렵고 심각한 주제도 있지만 재미있고 즐겁게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사립 작은 도서관들의 네트워크인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의 17번째 이야기 체험 성북마을 책잔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잔치는 성북구 주최,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이하 작도넷) 주관, 잇다 사회적협동조합의 협력으로 진행되었다.

높은 기온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임에도 노란 조끼를 입고 열심히 책잔치를 준비하는 사람들 덕분에 늦은 오후 4시 드디어 잔치가 시작됐다. ‘손발이 맞아야지’라는 부제가 붙은 탄소발자국 놀이, 텐트 안 옛이야기, 작은 운동회, OX 환경 퀴즈와 환경 그림책 북큐레이션, 참여자들을 위한 이벤트 ‘사랑할꺼 약’까지 5가지 테마로 구성된 성북마을 책잔치 ‘Book on 多’는 부모님 품에 안긴 영, 유아부터 초등학생, 청소년, 그리고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정말 남녀노소가 모두 어울려 웃고 떠들며 참여하는 옛이야기에 나오는 장날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참여자들을 위한 이벤트 ‘사랑할꺼 약’ 부스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먹는 것처럼, 참여자들이 약 봉투를 받아 자신의 마음에 맞는
처방을 하고 봉투에 준비된 약을 스스로 담는 활동이 진행됐다. 이 약을 먹는 순간, 오늘
하루 아프고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사랑할꺼 약 부스 뒤로 비눗방울이 날리고 공룡이 나타났다는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두 마리의 공룡들이 데크를 돌아다니며 비눗방울을 불고, 악수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이 재미있다. 간단한 OX 환경 퀴즈를 풀면서 아픈 지구를 회복시키기 위한 작은 실천 방법을 확인하고 공룡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환경 그림책 북큐레이션 부스다. 잇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만영독서회’팀이 맡아 다양한 환경 관련 그림책 전시, 종이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실천 피켓, OX 환경 퀴즈, 비눗방울 놀이,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시종일관 행복한 부스였다.

옆을 바라보니 텐트 속에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부스가 보인다. 같은 책이라도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누가 읽어주냐에 따라 집중도가 달라진다. 텐트를 들여다보니 유치원부터 초등생까지 십여 명의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이야기로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예상했던 십분이 훌쩍 넘어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과 듣는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카더라~~ 이외에도 큰 줄 넘기, 탄소발자국, 신발 던지기, 과자 따먹기 등 소소해서 더 재미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졌다.

성북구는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참 많이 운영되는 자치구이다. 큰 예산을 들여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운영하는 행사부터, 어디서 누가 하는지도 잘 모르게 진행되는 정말 작은 활동들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활동, 행사, 잔치들이 진행된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17회까지 지속적으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단체는 얼마나 될까? 작도넷에서 운영한 제17회 이야기 체험 성북마을 책잔치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던 표정과 웃음소리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면 할 수 없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왜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가 매년 책잔치를 주관하는지 짐작해 본다.

 

[글/사진 마을기자 장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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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우리의 문제를 협동으로 해결하는 함께 사는 성북마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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