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정보도서관 지하 1층에는 작은 공연장이 있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이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던 지하 강당을 열린 공간으로 만든 천장산우화극장입니다. 동네 극장으로써 책으로 정보를 나누는 것에 그치는 도서관이 아니라 공동체가 어울리는 마을 광장으로 확장하여 공공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천장산우화극장이 탄생하기까지 지역 예술가 네트워크 모임인 ‘월장석친구들’이 주민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열린 방법을 통해 방향성을 찾고 설계를 하였습니다. 이후 극장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삼태기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역 축제 천장산우화예술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올해로 제7탄을 맞이한 천장산우화예술제는 <우화, 신화, SF>를 주제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공연, 전시, 영화, 퍼포먼스, 마을잔치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마련되었는데요, 저는 성북정보도서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왔습니다.도서관에 들어서니 1층 로비에서부터 천장산우화예술제 관련 도서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화, 신화, SF에 관련된 도서들을 비치하고 그에 대한 소개도 살펴볼 수 있었어요. 한쪽에는 ‘읽는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큐레이션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책상 위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올려져 있었는데요, 누군가 읽고 간 듯합니다.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전시공간에 2개의 입구가 나란히 있었는데요, 왼편의 ‘조정오씨 이야기’부터 관람했습니다. 어두운 공간에 알록달록한 조명만 비추고 있는 통로를 지나가야 합니다. 한쪽 벽에는 그림과 글이 적힌 종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통로를 지나니 작은방이 나옵니다. 마치 마법사가 등장할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조정오씨 이야기가 적힌 그림책이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3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데요, 조용하고 정의로운 오지라퍼 실뱀 조정오씨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 반하고 그들을 따라 해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떠라 해도 되는 것과 떠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로 가득합니다.용도 되었다가 새도 되었다가, 물고기까지! “이젠 뭘 해볼까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전시가 되어 제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일종의 5D 체험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독특하고 신비로운 전시였어요.옆의 공간에는 ‘우호적인 작별 파티’가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가운데 테이블이 놓여 있고 주변에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작가의 가족사진이라고 해요. 실사에 가까운 크기로 가족사진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독특한 경험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한 전시라고 합니다. 전시를 계기로 가족과의 경험과 기록들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네요.한쪽 벽면 전체에는 여성의 움직임을 담은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흰나비’라는 작품으로 배우이자 연출가인 여성의 움직임 또는 춤의 형태를 통해 아이에서 소녀, 연인에서 엄마, 배우에서 연출가로 변모해 가는 인생의 절반 정도에 도달한 한 인간의 생애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AI를 통해 표현한 ‘자화상’도 볼 수 있었는데요, 인물의 표정과 몸을 제외한 부분에 상상력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친숙하지만 뭔가 미스터리 한 모습으로 인물을 만들었습니다.가운데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는 현세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메모지와 펜이 놓여 있습니다. 전체적인 공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하며 이곳에서 어떤 기억을 떠올릴지, 어떤 작별을 꿈꾸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족과의 이별, 궁극적으로는 나와의 이별까지도 우호적으로 마무리해야겠죠?개구리 발자국을 따라 더 안쪽 공간으로 들어서니 AI 배우들이 있습니다. 저를 인식하더니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소개하는데요 이곳에서는 AI들의 공연이 있었다고 해요. 인간 연출이 기본적인 세계관을 만들고 AI를 활용하여 대본, 음악, 무대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미지 생성 AI로 배우의 얼굴을 만들고, 음성 AI 목소리를, 영상AI로 움직임을 만들어 상영회 형식으로 공연을 진행했다고 하네요. AI와 대화하는 것도 너무 신기했는데, 공연까지 볼 수 있었다니 놓친 것이 정말 아쉬웠어요.앞선 전시들도 모두 공연이 함께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전시 자체만으로도 5D 체험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공연까지 봤다면 더욱 강렬했을 듯해요. 제8탄 천장산우화예술제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면서 그때는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고 싶네요. 우리 동네의 예술가 네트워크 ‘월장석 친구들’의 멋진 활약을 계속해서 기대합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