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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재난으로 무너진 마을과 함께하는 일본건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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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치오
2012년 8월 16일

7월의 어느날. 서울역사문화박물관에 들럿다가 우연히 아주 흥미로운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건축전’이란 제목의 전시회였습니다. 지난해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많은 사람이 죽고, 그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건축물이 파괴되고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공동체를 고민하는 건축가들은 그저 수수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았나 봅니다. 전국의 많은 건축가가 피해 현장으로 달려가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면서 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을 했답니다.   전시에서 소개되고 있는 작품, 작업은 지진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미 실시됐거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세 단계로 분류해 이뤄 졌다고 하는데요.

1단계는 집을 잃은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대피소에서의 긴급 조치와 초기 대응,2단계는 가설주택,3단계는 본격적인 복구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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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의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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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을 갖춘 가설주택

 

다음의 기사는 그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  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주영재 기자, 2012.7.9) 

 

대재앙 앞에서 건축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략)
건축가들은 쓰나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입장에 동화되지 않았다면 생각하기 힘든 아이디어들을 내놓았다. 재해를 당한 이들은 대개 학교나 공공건물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함께 지낸다. 일본 공학원대학의 스즈키 도시히코 교수 연구실은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는 대피소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골판지 쉘터(사진)를 개발했다. 4장의 골판지를 조립한 것으로 가로형과 세로형 두 가지 타입이 있으며 각각 침실과 탈의실로 쓰인다. 도면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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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임시주택과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조립방법
 

대피소 생활이 끝난 후 피해자들이 거주할 임시 거처로 다양한 가설 주택이 만들어졌다. 건축가 요시무라 야스타카가 제안한‘EDV-01’은 20t짜리 해운 컨테이너 사이즈로 유압기구를 사용해 겉표면을 들어올리면 2층으로 변하는 임시주택이다. 도오노(遠野)시와 도쿄대학 등이 설계한 가설 주택은 목조로 만든 집들이 서로를 대면하는 식으로 짜여 있고 가운데 통로를 만들어 사생활 보호와 커뮤니티 형성을 동시에 꾀했다.

‘새로운 방주’라는 뜻의 ‘아크 노바(ARK NOVA)’는 피해지역을 순회하는 이동식 콘서트홀이다. 공기막 구조의 외피를 팽창시켜 그 안에 무대장치를 놓는 방식이다. 올해 가을부터 도호쿠 각지를 순회할 예정이다.

쓰나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마을 경관도 제안됐다. 마운트 후지 아키텍츠 스튜디오는 평지에 움푹하게 파인 부분과 언덕을 만들어 쓰나미 유수지(遊水池·일시적으로 홍수량의 일부를 저수하는 곳)와 쓰나미를 피할 수 있는 고지대 피난처를 함께 만드는 경관 설계를 제시했다. 유수지는 평소에는 운동장과 공원으로 활용된다.

사코케이치로는 도호쿠 스카이빌리지를 구상했다. 평지 위에 솟아오른 원통형의 마을이다. 이들은 주택 복구를 넘어 마을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해 파괴된 ‘지역사회권’을 재건하려 한다.

임시 대피소와 골판지로 이루어진 쉘터와 대피소 이후의 가설주택에 대한 일본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는 참으로 경의로왔습니다. 슬픔에 대처하는 또 다른 인간의 힘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세심하고, 기초기술에 충실한 일본식 지성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임시주택이라고 해도 사생활과 커뮤니티 형성을 고려한 공간 설계를 담고 있고, 아동과 노인 같은 약자를 위한 임시시설 (놀이터, 노인정 등)과 심신이 지친 재해 피해자를 위한 이동식 문화시설까지 제안합니다.

 

 

 

나아가 쓰나미의 예방이 가능한 마을의 구조와 경관에 이르고 보니 이들의 식견과 마음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픈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전문가로서의 시대적 사명감이 없다면 결코 이르지 못했을 생각과 계획을 보면서 우리의 속도경쟁과 뿌리약함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물론 방재가 사회의 탑 이슈일 수 밖에 없는 일본의 현실도 반영되어 있겠지만 실적과 물량의 축적에 목숨을 건 듯한 한국의 건축과 건축가, 아니 사회저변과 너무 대조되었습니다.

 

 

우리의 마을은 어떠한가요?

재해에 대해 어떤 대비가 이루어져 있는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모아질 수 있는 아름다운 지성과 실천은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묻고, 답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말하는 건축가란 다큐를 통해 최근 우리 곁에 다시 다가오신 故 정기용선생님의 지적속에서 그 답을 찾아 봅니다.

“문제도 이 땅에 있고, 해법도 이 땅과 이땅의 사람들에게 있다.” (2010년 11월 정기용건축전 중, 그가 칠판에 적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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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치오님은 성북마을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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