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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한중 평화의 소녀상 건립기념 평화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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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디
2015년 12월 23일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거리는 온통 화려한 조명과 캐럴로 들썩거리고 약속 장소를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반짝거리는 거리를 벗어나 돌아온 일상의 민낯은 깜깜하기만 합니다. 멀리 파리에서는 테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고, 광화문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어르신은 아직도 생사의 기로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온 세상이 가슴 아픈 일로 가득해 마음의 평화가 절실했던 이 때 성북마을극장에서는 성북평화운동위원회의 주최로 ‘성북평화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성북평화운동위원회’는 지난 10월 28일 국내 최초로 ‘한•중 평화의 소녀상’이 성북구에 건립된 것을 계기로 지역 내 평화운동의 발판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조직되었습니다. 이번 평화콘서트 또한 평화에 대한 인식을 넓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더 나아가 지역 내 문화운동으로 발전시켜보자는 의미로 기획되었으며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는 가수와 이야기 손님이 출연하여 따뜻한 무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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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콘서트의 시작을 열어 준 락밴드 ‘빈티지프랭키’는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의 음악에서 폭발하는 힘이 느껴지는 락음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초반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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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를 이은 ‘복태와 한군’ 부부뮤지션은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소재로 만든 음악을 들려주며 잔잔한 감동의 무대를 선보였습다. 두 아이의 엄마로 매일이 전쟁인 복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갈 사랑과 평화의 힘이 아이들에게 있음을 고백하며 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평화를 얻었던 어느 날 밤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이지만 낙담하지 말고 다가오는 시간들을 조금은 담대하게 맞이하자는 멘트를 마지막으로 ‘맞이할 시간’들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퇴장한 이들에게 많은 관객들이 깊은 공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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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정릉주민으로 소개하며 등장한 ‘김반장’은 특유의 자유롭고 흥이 넘치는 노래들로 굳어있던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뿌리에 물을 줘야 꽃이 피는데 우리는 거꾸로 열매에 물을 주고 있다는 가사가 담긴 ‘씨앗의 노래’를 통해 자본의 논리 아래 멀쩡한 땅을 파고, 강을 훼손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뼈있는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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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스 디바’라는 수식어를 가진 가수 ‘강허달림’은 이 날도 진한 블루스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미국으로 끌려와 목화밭에서 노동하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음악에 뿌리를 둔 장르인 만큼 그녀의 노래에서도 애달프면서도 짙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콜곡이 끝나고 나서도 그 애잔함에 젖어 든 관객들은 계속 박수를 치면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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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평화콘서트에서는 노래 공연 뿐 아니라 정대협의 윤미향 대표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나와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제작에 관련해 궁금했던 뒷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두 작가는 소녀상 건립을 저지하려는 일본정부의 치밀한 공작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 하면서도 뜻을 함께 하는 곳이 있다면 앞으로도 언제든 달려가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윤미향 대표는 참혹하게 유린당한 아시아 20만 소녀들의 아픈 역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콘서트는 예정보다 30분을 넘겼지만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며 따뜻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함께 모여 앉아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멀리 있을 것만 같던 평화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을 자주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게 바로 평화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싶습니다. 올해 처음 발걸음을 내딛은 ‘성북평화운동위원회’에도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여 평화의 씨앗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글/사진 수산업 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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