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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성북에 흠뻑 취하는 방법, 성북마을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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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디
2016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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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길에서 바라본 북정마을 전경]

파아란 하늘, 사이사이 피어있는 흰 구름, 쨍한 햇빛. 드높게 펼쳐져 있는 기분 좋은 하늘 아래, 성북마을견문록이 시작됐다.
성북마을견문록은 성북구 마을공동체 탐방을 원하는 단체(기관)를 위해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와 함께 마을여행사무소 ‘마을로행’에서 만든 탐방 프로그램이다. 
6월 26일 오전 10시, 중랑마을지원단과 (협)이야기가있는사람들, 중랑 한마음 봉사단이 성북의 면면들을 보기 위해 성북구를 방문했다.
첫 시작은 성북동 북정마을이다. 북정마을 지킴이 김경동 총무님이 우리를 반겼다. 먼저 나무잎 그늘이 있는 비둘기공원에서 왜 북정마을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예로부터 궁에서 성북동은 메주를 납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줬습니다. 메주를 쑬 때, 사람이 모이니까 ‘북적북적’ 메주콩이 끊는 소리도 ‘북적북적’. 북적북적댄다고 해서 북정마을이라고 했습니다.’
김경동 총무님이 거듭 이야기 한 것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서울 시내에서 10분 ~ 15분만 오면 시골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뜨거운 햇살, 선선한 바람, 푸르른 나무, 흙길 때문에 마치 시골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발길을 돌리면 만날 수 있다.
만약 한양도성이라는 문화재가 없었더라면, 재개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가 재개발이 된다면, 용적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지금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되었을 것이라고.
북정마을은 약 30년 이상 살았거나, 3~4대가 함께 사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명절 때가 되면 텅텅 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자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오히려 북적댄다. 심지어 명절 기간 내에는 귀향한 자동차 때문에 마을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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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문 앞에서 북정마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우리는 비둘기공원에서 암문으로 갔다. 암문은 동대문, 남대문 등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도성 안으로 출입하기 위한 문이다. 그 1.5미터 남짓한 공간이 옛 선조들의 통로였다고 하니,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현재 한양도성은 유네스코 등재 준비 중이다. 도성은 한 나라의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이다. 옛 도읍지가 현재에도 중심지로 된 곳은 유일하다고 한다.
북정마을은 매년 10월, 월월(月-wall)축제를 연다. 월월축제는 성곽 위의 달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원래는 모든 벽을 뛰어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옛 문화를 살려, 메주만들기 체험, 두부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김경동 총무님은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메주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꿈을 갖고 있다. 장 담그는 날, 메주 쑤는 날 등을 정해서 다함께 만들고, 북정마을 마당에서 숙성시키고, 언제든지 와서 필요한 만큼 떠 가지고 갈 수 있는 주말농장의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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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길을 걷던 중 살구나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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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마을 어르신들이 준비해준 맛깔나는 점심 한상]


북정마을은 해마다 진행되는 월월(月-wall)축제,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재개발에 대한 현안이 있지만, 북정마을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김경동 총무님은 마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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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을 걸으면서]

북정마을을 끼고 있는 한양도성을 걸었다. 무엇보다 터벅터벅, 푹신한 흙길이 감성을 자극했다. 도성 벽을 손으로 만지며 감촉을 느꼈다. 도성 벽면이 지닌 오랜 시간 견뎌온 세월의 무게가 북정마을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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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유물과 작은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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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을 가면 체험도 할 수 있다]

다음 일정은 우리옛돌박물관으로 향했다. 성북동 길상사가 지나자 마자 회색 반듯한 건물이 나타났다. 우리옛돌박물관은 국내외로 흩어져있던 한국석조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건립한 석조전문박물관이다.
입구에서부터 작고 아담한 석조물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석조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석조물과 어울리는 식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병장수길, 승승장구길. 테마별로 길을 만들어 석조물을 구경하는데 재미를 더했다.

우리옛돌박물관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자유시간을 가진 뒤, 삼태기마을로 떠났다. 삼태기마을은 마을을 지키고 있는 천장산에서 봤을 때, 삼태기를 닮았다 하여 삼태기마을이라 한다. 곡식 등을 담아 나르는 농기구인 삼태기는 촘촘이 짜여있는 것 처럼 한번 이사 오면 나가기 힘든 마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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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태기마을 마실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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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태기마을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홍수만님]

삼태기마을 활동 안내는 마을상근활동가로 있었던 홍수만님이 해줬다. 삼태기마을은 건강마을만들기사업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이 시작되었다. 3년 동안 진행되는 사업이었는데, 진행 중 담당부서가 바뀌고, 예산이 대폭 삭감되기까지 했다. 
이에 두달 간 대책회의를 했고,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되 사업의 방향성과 자율적인 조정권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것이 받아들여졌고, 현재는 건강마을만들기사업은 끝난 상태이다.
이후 마을주민들은 자생력을 위해 농수산물직거래 장터를 개설하여 마을기금을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한 활동이었다. 
삼태기마을은 성북구 내 마을기금을 만들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공동자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삼태기마을은 주거환경관리사업에 선정되었다.
홍수만님은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를 뽑았다. 자발성, 현실성, 독립성이다. 이 세가지만 있다면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을 꿈꿀 수 있다고 전했다. 
삼태기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며, 곳곳의 벽화와 건강 관련 배려를 보며 삼태기마을의 힘은 마을공동체사업을 넘어 이웃간의 정, 화합, 협동, 참여에서 오는 것이었다.
삼태기마을을 끝으로 성북마을견문록은 끝이 났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활동을 보고 싶다면, 성북마을여행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해 애써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마을여행사무소 ‘마을로행’
 – 전화: 070-4773-0880
 –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maeultripoffice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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