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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응답하라, 그 시절 골목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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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퀘
2016년 4월 20일

 평상 하나로 행복한 이웃사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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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아이들이 모여 집 앞 주차장에서 물총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다. ⓒ 함미라 / 성북마을기자단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1988’이 꽤 인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당시 시대상황을 나타내는 소품들과 이웃사촌간의 정겨운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잊혀져가는 과거의 모습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이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골목을 중심으로 우리를 80년대로 끌어들인다. 좁은 골목길에서 네 집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고, 서로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다. 집 앞 평상에 앉아 나물도 다듬고, 음식도 나눠 먹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중장년층에선 엊그제 같은 일로 추억을 되짚게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장면들이다.

‘심심해, 옛날 그 시절이 그립네’

요즘 우리의 이웃사촌은 어떤가?

2년 전 성북구 동선동에 이사 온 유모(45) 씨는 한옥 옆 다세대로 이사를 했다. 아침이면 동네 어르신들이 집 앞 현관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런 풍경은 그 전 동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광경이다.


이사 후 며칠 뒤 옆 집 할머니께서 아들에게 주라며 과자를 주셨다. 그래서 차 한 잔 대접을 하면서 할머니와 몇 마디 나누던 중 오래 전부터 이 동네에 살면서 이웃에 살고 있는 몇 분의 인적사항까지 잘 알고 계셨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푸념하듯이 한 말씀 하셨다.

“아주 심심해. 누구랑 말할 사람이 별로 없어.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고…”

이사 온 후 처음에 유 씨는 할머니가 부담스럽고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 씨도 할머니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나눠드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났다. 이웃사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웃 주민이라면 누구나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골목길 풍경을 도시 사람들도 그리워한다.

‘골목길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 날을 꿈꾸며…’

                      
아파트단지에는 정자나 놀이터가 있지만 골목길에선 보기 힘들다.  골목마다 일방통행을 만들고, 남은 공간은 거주자우선주차선이 그어져 있다. 작은 평상 하나도 펼 공간도 없거니와 아이들이 나와서 공놀이는커녕 물총놀이를 할 공간도 없는 것이 지금 골목길의 현실이다.


사라져가는 골목길의 풍경을 되살려야 한다. 주차가 우선이 아닌 사람이 우선으로. 차 한 대 더 주차하기 위해서 주차구획선을 긋는 게 중요한가.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주차구획선을 평상 주변의 일부 지역에라도 긋지 않고 공터로 두는 것은 어떻겠는가?
 
서울에 ‘마을’을 만들겠다는 행정 책임자들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은 행정적인 지원으로 마을이 변화되었다. 골목길에 벽화가 그려지고, 평상도 놓여졌다. 이웃사촌끼리 누구나 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며 장수마을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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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에서 아이들이 평상에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 Ⓒ 함미라 / 성북마을기자단



동네를 경리단길이나 서촌처럼 상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 하나, 공터 하나 만드는 일이다. 노인과 아이들을 위해서, 또 이웃사촌이 어울려 사는 대도시 서울의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선동 석모(39) 씨는 아파트보다는 한옥이 어우러진 동선동 골목길이 정이 간다고 하였다. 다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웃이 함께 하는 마을, 마을의 골목길에서 시작하는 마을공동체는 나아가 사회가 모두 이웃이 되고, 국민이 함께 어울려 사는 지름길이라고 말하였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그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이 웃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골목길!
‘마을’에 살고 싶은 서울 시민은 이런 골목길 풍경을 기대하며 꿈꾼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함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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