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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정겨움을 가꾸는 우리 동네 ‘꽃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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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퀘
2016년 7월 4일

정겨움을 가꾸는 우리 동네 꽃할배

 

 

정덕초등학교 후문 옆길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비좁은 빌라 마당은 주차 공간 하나라도 더 내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여기 저기 쓰레기 투기 금지, 외부차량 주차금지라는 문구가 도장처럼 찍혀있다. 코앞에 살아도 이웃이라는 마음을 밀어내는 듯하다.

집을 나서면 어디를 가나 외지인이라는 소외감이 드는 요즘, 걸음이 느려지고 눈길이 가는 빌라 마당이 있다.

모양이며 크기가 다른 화분들이 옹기종이 작은 화원을 이루고 정덕초등학교를 향하는 일방통행 길을 따라 화분이 줄지어 있다. 안쪽에는 쉬어가는 이웃을 위해 우산을 높이 세워 파라솔을 꾸미고 시계, 옷걸이도 걸어 놓았다. 도로를 향해 나란히 놓인 의자에서 이웃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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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도로 옆 작은 공간을 식물들로 가꾼 모습 김은정 / 성북마을기자단

주차 공간 내기도 아까운 터를 사람향기 나는 공간으로 꾸며주신 분은 이 빌라에 20년째 거주하고 계신 이남우(70) 어르신이다. 어르신은 이른 봄부터 겨울을 이겨낸 식물을 재손질 하시고 모종을 사거나 씨앗을 심어 초록의 쉼터로 가꾸고 꽃을 피워 내신다. 고장 난 변기, 테이크아웃 커피잔도 어르신에겐 식물의 터전이 된다.

수도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인데 물은 어떻게 주시냐고 여쭈어보니 빗물 배수관을 받치고 있는 통을 보여주신다. 어르신 댁이 빌라 4층이다 보니 물통을 가지고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식물에게는 빗물이 더 달다고 하신다. 또 올해처럼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가문 날에는 한진 상가 건물 담벼락을 타고 내려오는 허드렛물을 받으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상가를 지날 때 마다 받쳐져 있던 통이 떠오른다. 벽을 통해 스미거나 흐르는 물이니 하루가 지나야 한통이 겨우 찬다. 식물이 목마를 때 요긴하게 쓰이는 귀한 물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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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물 때 쓰기 위해 담벼락을 타고 내려오는 허드렛물을 받으시는 모습 김은정 / 성북마을기자단

어르신은 이전에 마을 반장을 하신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빌라 마당을 가꾸는 일 뿐 아니라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며 전봇대에 붙여진 너저분한 전단지를 매일 일일이 줍고 떼어 내신다.

붙이는 사람이 있어야 떼는 사람도 있고, 버리는 사람이 있어야 줍는 사람이 있는 기라. 그 사람들도 붙여야 먹고 살지.” 끊임없이 버려지는 쓰레기와 전단지에 지치고 노여움이 나실 만도 하신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학교주변이라 아이들이 오가는 것을 오히려 즐겁게 여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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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마당을 정원으로 가꾸고 계신 이남우(70) 어르신 김은정 / 성북마을기자단

 

나 하나 좋으면 그만인 이웃을 탓하지 않고 이런, 저런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바라보시는 어르신의 배려와 지혜가 정원을 닮았다.

여러 식물들이 어울려 아담한 정원이 된 이곳에서 삭막한 마음을 감싸 안은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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