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정릉천’, 너도 그렇다.
정릉천별똥대 환경투어 프로그램 ‘초록보물 찾기’ 진행
늦은 하루를 시작하는 토요일(6월 16일) 오전, 조용하던 정릉천이 북적거린다. 정릉 지역 주민과 자녀 20여 명이 정릉천별똥대의 환경투어 프로그램 ‘초록보물 찾기’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 이른 더위와 작렬하는 햇살을 피해 참가자들은 정릉천 초입의 다리 아래에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환경투어 프로그램에 참여를 알렸다.
정릉천 별똥대가 참가자들을 처음 안내한 곳은 인공 모래톱이었다. “손톱, 발톱, 모래톱~ 모래톱은 모래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지만 여기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모래톱이에요.” 해설자의 설명이 이어지자 참가자들은 귀를 쫑긋하고 경청했다. 다음은 버들치를 만나러 갔다. 버들치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정릉천에서는 다수의 버들치가 살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직접 버들치와 피부를 부딪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태극장으로 가는 길에 해설자의 선창으로 동요 ‘여름 냇가’를 같이 불렀다. “시냇물은 졸졸졸졸/고기들은 왔다 갔다/버들가지 한들한들/꾀꼬리는 꾀꼴꾀꼴~♬” 노래와 함께 어느 새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은 사라졌고, 가족들 간에도 더욱 다정해진 듯 손을 마주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정릉천에서의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이 많아졌다.
정릉천의 작은 생물에도 집중하며 천천히 걸어가던 참가자들은 천변의 갈대도 그냥 지치지 않았다. 해설자의 설명에 따라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갈대를 만지며 촉감을 느꼈다. 공부 혹은 일을 하느라 바쁘게 살아가면서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갈대숲에서는 촉각 체험을 했다면 미태극장에서는 청각 체험을 했다. 가만히 앉아 물이 흐르는 소리에 오롯이 귀를 기울였다. 내부순환도로 위의 자동차 소리, 사람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음 등은 점차 사라지고 참가자들 사이에는 동요 ‘여름 냇가’처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남았다. 개울장이 열릴 때마다 버스킹 공연이 열리던 미태극장에서 오늘만큼은 ‘개울’ 소리가 주인공이었다.
‘초록보물 찾기’의 마지막 코스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모래톱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공 모래톱이 아닌 천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래톱이었다. 참가 가족들은 이곳에서 직접 만든 종이 나뭇잎배에 소원을 담아 띄어 보낸 뒤, 정릉천 정화를 위해 다시 걷어 올리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쳤다.
한 참가자는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정릉천에 왔는데 오늘은 별똥대의 설명을 들어서 인지 정릉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힐링하게 됐다”며 “물이 맑아서 물고기도 쉽게 만날 수 있고 배를 만들어서 띄우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릉천별똥대는 정릉천을 사랑하는 정릉 주민 및 지역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주민자조모임으로,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정릉천변 환경개선 캠페인을 주요 활동으로 하는 별똥대는 정릉천 쓰레기 줍기, 풀베기, 천변 텃밭 가꾸기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정릉천에서 열리는 개울장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시연 및 쓰레기 투척금지 캠페인을 통해 주민들의 환경 의식을 제고하고 천변 생태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해 정릉 지역의 생태계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릉천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아 대형 개구리 조형물을 만들어 환경 개선에 앞장섰으며, 생태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대원들 스스로 교육을 받으며 진정한 정릉천 지킴이로 거듭났다. 지난 해부터는 인근 아동들을 대상으로 정릉천 환경투어 프로그램 ‘초록보물 찾기’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유아뿐 아니라 초등학생, 지역 주민까지 대상을 확대해, 지금까지 200여 명이 참여했다.
3개월 차 별똥대원인 정승채 씨는 “정화활동을 하다가 정릉천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빠져들었다”며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자연생태하천을 만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자연보호에 기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