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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통신원

장애인 문화 나눔의 날을 함께한, 성북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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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킴
2018년 8월 28일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8월, 조금 특별한 영화 관람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우리에게 영화 관람은 어떤 의미일까? 두어 시간 적당히 시간 보내기 좋은 곳, 피서를 즐기기 좋은 곳, 또는 그저 그런 똑같은 데이트 코스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아리랑시네센터에서는 <장애인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상영회>라는 아주 특별한 영화관람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날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 성북마을기자단 김재림

사회적 협동조합 함께살이성북 조직활동위원회는 매달 ‘청소년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통해 많은 청소년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이 아닌 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는 조금 더 다양한 계층에 문화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하였다고 한다. 기존의 ‘청소년 문화가 있는 날’이 반응이 좋았던 만큼 이번 ‘장애인 문화 나눔의 날’에도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했다고 한다. 뜻깊은 행사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자 함께살이성북 조직위원회의 정옥님,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철규님 그리고 청소년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사대부고 2학년 유민영 학생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성북마을기자단 김재림

[함께살이성북 조직위원회/교육협동조합 에듀닥터바른배움 이사 정옥님]

▲ 행사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성북구 안에 협동조합 기관들이 많아요. 이 기관들이 모여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어요. 여러 가지 안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문화콘텐츠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더군다나 아리랑시네센터라는 좋은 공간이 있으니 이걸 활용해 보자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2016년에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청소년 문화의 날’ 행사였어요. 한 달에 한번 청소년들에게 영화를 무료로 보여주는 행사를 진행하면 어떨까 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어설펐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갔어요. 홍보도 많이 되었고요. 2017년도까지 잘 마무리했고요. 저희 어른들이 몇 년간 자리를 잘 잡아 왔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를 즐기던 청소년들에게 어떤 주체적 역할을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탄생하게 된 게 ‘청소년 서포터즈’이고요. 이 친구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홍보할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청소년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대상을 달리 해보자는 생각에서 오늘 이렇게 특별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죠. 이번 행사는 정말 다 ‘민’의 힘으로 이루어졌어요. 국민대 생협에서 간식 제공해주셨고요. 또 성북구 자활센터에서 팝콘도 준비해주시고요.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에서 자원봉사학생들, 와보숑에서 영상지원을 해주셨어요.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이번 행사를 마련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자체적으로 마을 안에서 협력해서 진행하는 뜻깊은 행사라고 할 수 있지요.

▲ 행사 기획하실 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저희가 처음 하는 장애인 행사다 보니 어려움이 좀 있었어요. 첫째로 장애인 가족분들을 어떻게 하면 여기 영화관까지 오게 하실 수 있을까 하는 교통편에 대한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나무와 열매’에 자문했어요. 그래서 결론을 내린 것이 장애인 전용 택시였어요. 그분들은 일반 자동차나 택시로는 이동이 어려우시다고 하셨기에 그러면 택시비를 후원금에서 지원해드리기로 한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어려웠던 점이 영화선정과 관련된 부분이었어요.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라고 해서 이 영화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오디오 지원이나 활자 지원이 가능한 특별한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리어프리 영화를 선정하려고 목록을 봤는데 연식이 꽤 오래된 영화들이 대부분 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로 선정했을 때 신청률이 저조했대요. 그래서 최근 개봉작인 ‘신과함께2’로 상영작을 바꿨더니 신청을 받는 ‘나무와 열매’ 측에서도 신청자가 많아 놀라셨대요. 생각해보니 장애인분들도 우리와 전혀 다를 바 없이 최신영화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죠. 저희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이용자 입장에서 배려가 아니었던 거죠. 그런 점에서 영화선정이 잘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이 여름방학이기도 해서 많은 가족분들이 더 함께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무엇보다도 마을의 많은 분이 십시일반 도와주셔서 행사를 잘 진행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 성북마을기자단 김재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선철규님]

▲ 오늘 참여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나무와 열매에서 초청을 해주셨어요. 영화를 보여주신다기에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 장애인 행사 관련해서 참여해보신 것이 있으신가요?

네, 많죠. 영화제뿐만 아니라 제가 직접 제작한 ‘지렁이 꿈틀’이라는 영화도 있어요.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를 직접 만들기도 했었어요.

▲ 평소에 장애인 문화행사에 꾸준히 참여하셨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러면 이번에 ‘장애인 문화 나눔의 날’ 행사가 개인적으로 하시는 영화관람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더 낫죠. 일반 영화관은 입장부터 힘들 때도 많으니까요. 무엇보다 이런 행사를 저희를 위해 진행해주시니 영화 관람료가 무료잖아요. 간식도 제공해주시고요. (하하 웃으면서) 농담이에요. 그냥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선뜻 영화관을 찾아갈 용기를 못 냈던 많은 사람이 접하기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 혹시 이러한 행사를 진행할 때 아쉬운 점은 없으세요?

선택 권한이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죠. 영화를 한 가지를 딱 정해놓고 ‘이 영화를 볼 거예요.’보다는 여러 가지 영화를 제시해주시면 거기서 저희가 기호에 맞는 영화를 선택하게끔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잖아요. 딱 한 가지 영화를 선택해두고 보라고 하면 누군가는 이미 봤을 수도 있고요. 사실 이 영화(‘신과 함께’)는 저도 이미 봤어요.

▲ 그러면 ‘영화 선택의 폭’이라는 아쉬운 점 말고 또 바라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또 꼽자면 우선 자리 문제가 있을 수 있겠네요. 자리가 좀 넓어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전동휠체어를 타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저희를 도와주실 봉사자님들이 저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아요. 여건상 활동 보조분들하고 같이 못 오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 봉사자분들이 조금 더 계시면 정말 좋겠죠.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도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못 갈 때가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좋은 행사가 될 것 같아요

▲ 영화행사 말고 혹시 다른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게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 그리고 시간이요. 저희는 그런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가 더 어렵거든요. 그래서 든 생각이고요. 또 하나는 여기서 봉사하는 청소년들도 장애인들에게 주기적으로 봉사를 함께하며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린 친구들이 저희와 함께하면 저희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들이 점차 해소될 것 같아요.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가 자주 있기를 바래요. 어릴 때부터 저희를 접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저희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성북마을기자단 김재림

[청소년서포터즈 사대부고 2학년 유민영님]

▲ ‘장애인 문화 나눔의 날’ 행사에 참여하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성북구안에 영화관이 많이 있지만요. 장애인분들이 오셔서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하실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뜻깊은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어서 좋고요. 저희 청소년들이 장애인분들과 함께 할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이런 행사를 마련해주시는 단체, 참여해주시는 장애인분들 그리고 저희 자원봉사자들이 다 함께 하다 보니 서로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 오늘의 행사가 기존의 자원봉사와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기존의 청소년 문화가 있는 날 행사할 때 자원봉사를 겸하다 보니 단순히 봉사시간을 채우기보다는 주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좋고요. 그래서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장애인 문화 나눔의 날’ 그리고 ‘청소년 문화가 있는 날’ 두 곳 취재를 모두 경험해본 바 영화 상영이라는 큰 틀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장애인 문화 나눔의 날’은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 한데 어울려져 개개인에게 있던 편견, 선입견의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단순한 ‘영화 보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깊게 다가왔다. 성북구안의 많은 사람들, 협회, 단체들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자원봉사 학생들까지 많은 사람이 함께 한 자리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촘촘한 성북구 마을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이번 ‘장애인 문화 나눔의 날’ 행사를 만들어 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앞으로도 서로 간의 끈끈한 그 무엇으로 이 행사가 한 회의 깜짝 행사가 아니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성북마을 기자단 김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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