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성북동 문화재 야행 <가을걸음>이 지난 2018년 9월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성북동 일대에서 열렸다. 야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행사는 해가 진 후인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었다. 성북동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와 문화시설을 야간에 개방하고 역사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성북동은 역사와 문화가 가득한 곳이다. 전근대의 문학과 음악이 함께하고, 독립 운동가를 양성한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매일 찾아오는 저녁에 소란하지 않은 불빛이 입혀지고,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에 얹어진 노랫소리를 따라 걷는 길목이 이번 <가을걸음>의 주요 행사장이라고 볼 수 있다.
야행의 대상이 되는 문화재는 총 5점이다. 사적 제10호 서울 한양도성,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10호 이종석 별장, 등록문화재 제268호 최순우 가옥, 등록문화재 제655호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구 본원, 서울시 기념물 제7호 만해 한용운 심우장이 야행 속에 녹아있다. 성북구를 사랑하는 주민으로서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문화재를 담아내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며 성북동의 가을 여행을 취재하기 시작하였다.
성북동 문화재 야행 <가을걸음>은 해설과 함께하는 문화재 탐방, 성북동만의 특색을 가진 미술관 박물관, 뮤지컬 콘서트와 아이리쉬밴드 기타연주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공연, 성북동의 아트셀러와 함께하는 아트마켓, 성북동 소리의 길 등 다채로운 행사들로 가득했다. 성북동의 아름다운 밤을 즐길 수 있도록 ‘8야(八夜)’라는 세부주제로 야행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가을걸음의 곳곳을 소개한다.
▣ 야경(夜景)
성북동의 문화재를 밤의 빛깔과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마음을 깨우치는 집 심우장, 조선 시대 부자에게서 온 초대 이종석 별장,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자랑하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구 본원, 성벽과 닿아있는 아름다운 마을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양도성, 우리 미술과 문화재에 눈을 뜨게 되는 최순우 옛집을 성북동만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었다.
▣ 야사(夜史)
사전예약 및 현장예약자에 한하여 체험할 수 있는 문화재 해설 탐방 코스 ‘야사(夜史)’는 2가지 코스를 해설가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기본코스와 순성코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집중이 잘되지 않아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코스별로 상황에 맞는 한복이나 근대 복장을 착용하는 등의 재미 요소를 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 야화(夜畵)
<미술관 옆 박물관>이라는 귀여운 소제목이 달렸다. 야사와는 다르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코스 일부분은 유료로 진행되었다. 선잠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 한국가구박물관 등에서 성북동 문화재 야행 기간 동안에만 즐길 수 있는 박물관 야간개장은 그만큼 특별했다.
▣ 야설(夜說)
개막식 퍼포먼스에서 보여준 전통타악공연인 ‘디딤소리’를 시작으로 대금독주, 민요, 4호선 마이크, 라이온스 354-D지구 합창동호회의 합창, 소비스 비올라 앙상블, 고려대학교 통기타밴드 그루터기의 연주, 극단 필통의 창작극, 동덕여대 어쿠스틱 밴드 메이플의 연주, 빈티지 프랭키의 록 공연 등이 이어졌다. 전통의 음악만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현대의 음악까지 성북동에 울려 퍼졌다.
▣ 야시(夜市)
‘성북동 저잣거리’라는 주제로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는 ‘야시(夜市)’는 선잠 직조 체험, 사군자부채 그리기, 배씨댕기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체험 부스마다 넘치는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이 마치 한양 도성길을 연상케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기농 꽃차, 한복 자투리 천 활용 소품, 천연염색 소품, 콩으로 만든 천연양초, 수제 에코백, 일러스트 및 와이엇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트마켓이 더해져 행사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이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