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에서는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 의제를 찾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주기적으로 공론장을 열고 있다. 지난 공론장(https://sbnet.or.kr/24916/)에서는 우리 동네의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 부족에 대한 심각성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지난 11월 15일, 깊은 밤 동선동 주민센터에서 <문화예술교육, 마을에 묻다>라는 제목으로 성북 문화예술교육의 진단과 과제에 대한 열띤 토론들이 이어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성북구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는 현장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예술 교육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더 좋은 연구자와 행정가의 노력으로 좋은 사업이 많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래서 아르코, 서울문화재단 등 전문 예술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이 있고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들 또한 많이 늘어난 상태이다. 그러나 아직도 강사비, 사업비, 그리고 그 사업비의 활용가능 비중, 용처에 대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에 비해 학교예술교육은 사회문화예술교육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부 때 생활 문화가 융성이 되었고, 그것을 통해 시민이 문화예술교육을 받거나 문화예술 향유자가 됐을 때, 단순히 기능 교육을 받는 것보다 무대에 오르거나 자신을 PR 하기 위해 예술을 사용하거나 하는 경우까지도 성장했다고 봐서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문화예술교육, 생활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예능교육’과 ‘문화예술교육’으로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능 교육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장하고, 철학을 담을 수 있고, 자기의 생각과 철학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며 그 창작물을 통해서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유하면서 사회적으로 문화수준이나 생활양식 등이 다양해지고 질적으로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 아닌가라는 생각한다.”
“문화 예술 강사를 책임져줄 에이전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사는 커리큘럼 짜는데도 시간, 에너지 많이 쓴다. 예산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이 많지 않고, 그 시간을 들이기에 페이가 부족하다. 전문가로서 행정과 싸울 수 있고, 행정보다 많거나 적어도 동등한 정보를 갖고 예술 강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같이 싸워줄 수 있는 에이전시가 있다면 강사는 수업에 집중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강사에 대한 워크숍은 많은데, 서울문화재단이든 아르코든 예술 강사를 위한 단체 인큐베이팅은 부족하다.”
“ 학교예술문화교육, 사회문화예술교육이이 시작한지 15년 쯤 되었다. 실제로도 긴 시간이라 지금쯤이면 문화예술교육이 많이 발전했어야 하지만 초기 고민과 현재 고민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중요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말씀하신 것 중에 먹고 사는 문제와 대우의 문제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에서 굳이 예능 교육을 반복해야할 필요 없다고 본다. 교육이라는 거대한 이름 안에서 예술이 교육을 해체시키지 않고 교육을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예술 강사, 마을 교사, 문화예술교육의 구분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데, 자기가 갖고 있는 문화예술 교육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입장에서 예술가가 교육을 할 때는 예술가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에 동의한다. 관계와 태도에 있어서 예술가적 태도, 교육자적 태도 둘 다 넘어서야 한다. 예술가의 세계를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교육에 스며들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내야 하겠다.”
“처음에는 알찬 수업을 구성하려고 애썼다면 지금은 학생들과 소통하고 힐링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자 한다. 학교 수업 때 교사가 교실에 앉아 있지만 수업 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다. 직업인가 예술 활동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직업이라기엔 수입이 거의 없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고민도 많아진다. 예술과 어울림이라는 곳에서 강의하는데 혼자서 강의하는 것과 함께 하는 것이 다르더라. 젊은 강사들과 함께할 때 더 자극받고 아이들에 함께 맞춰갈려고 노력하게 된다. 소통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처음 마을교사가 되었을 때는 인정받을 수 있음에 행복했는데, 수업이 늘어나면서 수업을 되돌아보고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마을교사로서 교육을 한다는 의미보다 함께 성장하고 마을 주민으로서 같이 살아가는 마음이다. 내 태도에 따라 보따리장수가 될 수도, 프리랜서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취미활동을 누구나 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다들 어렵게 생각하고 TV, 온라인으로 접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예술’이라고 하면 어려워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려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 교육이라 하면, 노래하고 작품 만들고 글을 쓰고 하는 활동을 생각하는데 문화 속에서, 예술 속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고민하자면 마을 활동가로서 느끼는 것은 편하고 즐겁게 내 생활 안에서 문화, 예술, 교육을 녹아내리게 해야 하는데 다들 힘들게 접근하고 시간이 없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구청의 지원을 받은 수업에 관심을 가지는데, 몰라서 참여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근데 사실 마음이 없고, 그래서 방법을 모르고, 그래서 접근이 어려워지는 듯하다. 길은 많이 열려 있고 공공에서 지원이 많지만 정보를 몰라서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수업이나 만남에 대해서 질적인 면에 있어서 떨어진다.”
“처음 기획서를 쓸 때 프로그램의 목표와 기대효과, 방법,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요구받고 작성해야 하니 지향점을 고민하게 되는데 사회와 마을에 기여해야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는데 그러한 목표를 위한 마을 교육 방식을 찾고 있다. 예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논의하면서 그 대우는 과연 그것을 따라가는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예술 강사인가에 대한 정체성 고민도 있다. 전문성을 내려놓고 주제에 맞춘 수업을 하게 되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자로서 고민하다보니 이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와 교육가의 구분이 필요 없는 듯하다. 예술가는 삶에 대해 통찰하고 그것을 예술로 표현하기에 그것이 결국 교육과 맞닿아있다. 예술과 교육이 다른 것인가?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관점 내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표현하는 사람이나 방식의 차이이지 함께 성장한다는 관점에서 맞닿아있다. 예술은 삶에 대한 교육이다. 핵심은 삶과 분리되지 않는 예술이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은 고민해야겠지만 삶과 분리되지 않고 예술교육이 굴러갈 수 있을까.”
“마을교사가 되는 건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분야에서 기존에 활동하던 분들이 캘리그라피를 배우러 오시는데, 마을교사에서 지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찾아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용기가 있어야 새로운 분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쫓아가서 배우려는 시도, 노력이 있어야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마을교사로서 가지는 불안감이라면 내년에 선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단점이지만 나 스스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공론장을 통해서 발굴한 의제는 다음과 같다.
- 마을교사 네트워크 : 마을안에서 문화예술을 어떤 방식으로 같이 연결해갈 수 있을까?
-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 : 교육으로서의 접근 보다는 일상에서 마을주민과의 접촉 필요
- 예술교육을 위한 공간활용 방안 마련을 위한 협치 필요
- 일반 문화예술강사가 아닌 마을교사로서의 지속적인 교육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