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많은 이들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준비, 우리는 되어 있을까? 혹시 알게 모르게 드러나는 우리의 편협함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각자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불편을 겪거나 자신들의 삶을 숨겨야 하는 일은 없을까? 12월 7일 금요일 저녁, 마포구 백범로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는 마을에서 성소수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자리가 열렸다.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과 소금꽃마을마더센터는 올해 마을 내에서의 인권 감수성과 예술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두 번의 열린 강좌를 마련했다. 이 자리는 그 두 번째 시간, <마을에서 성소수자와 함께 살아가기>에서는 성북 지역에서 마을 활동을 하고 있는 반바지활동가가 초대되었다. “전문적인 강의보다는 당사자성에 기초한 경험과 감수성을 나누고 싶었어요” 라고 시작한 반바지가 이번 강연의 제목을 소개한다.
Be my Ally
“[지금 이 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 라는 포스터를 본 적이 있으세요? 사실 정확히 열 명 중에 한 명인지는 알 수 없겠죠. 정확한 조사를 해 본 적도 없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저 질문이, 개인적으로는 당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과 그 답변에 따라 감수성의 바로미터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해요.”
“경향 신문에 나온 한 기사에 따르면 인구의 3 내지는 7퍼센트가 성소수자라고 해요. 내 옆에 있는 누군가는 성소수자일수 있다는 건데,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그런 인식이 없다보니 평소에 생활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들이나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게 돼요. 저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저라는 존재를 통해 성소수자를 인식하게 된 건데, 그렇게 제 활동 반경을 통해 인식하게 된 사람이 지금까지 적어도 백 명은 될 것 같아요. 그런 저 같은 사람이 백명만 더 있어도 만 명이 인식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당신은 지금 준비되어 있습니까?
활동가 ‘반바지’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제까지 살면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왜 중요할까?
“이제까지 살면서 누군가 너에게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요. 그리고 그가 다음에 당신에게 커밍아웃을 할 사람을 위해 뭔가 말해 준 게 있는가, 하는 점도요. 처음에 커밍아웃을 들으면 보통은 어떻게 대할지를 몰라 당황하기 마련이죠.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저 역시 상대방이 당황하지 않게 커밍아웃 하는 방법을 배운 적은 없어요. 지금은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 관련된 워크샵을 하기도 하지만 제가 스무살 때 첫 커밍아웃을 할 땐 그런 게 없었거든요.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뭘 배울 데가 있었어야죠. 지금은 책이나 워크북 등의 가이드가 나와 있지만. 그래서 부모에게든 친구에게든 엉망진창으로 한 커밍아웃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잘 받아주었지요. 중요한 건 기술적인 숙련보다 관심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느날 불현 듯 내 이웃, 내 친구가 나에게 커밍아웃할 수도 있는데 그때 나는 어떻게 응대를 할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과 관심이요. 당신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는 건 그만큼 당신을 믿는다는 뜻이잖아요.“
‘반바지’는 성소수자 이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해 주었다.
앨라이가 되어 주세요.
성적 소수자의 앨라이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다양한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 개선을 지원하고 차별에 반대하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뜻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 속의 차별을 관심 있게 찾아보고, 그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든 사람을 앨라이라 칭할 수 있다. “스스로를 앨라이라고 커밍아웃하세요. 주변의 성소수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요.”
‘반바지’는 현장에서 느낀 성소수자와 앨라이의 연대 사례로서, 2015년 성북구에서 일어난 <성북무지개 행동>을 소개했다.
“서울시 시민 참여예산으로 자치구 단위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지원센터를 만들자는 안이 서울시 의회를 통과했어요. 그러나 ‘인권도시 성북’이라던 성북구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예산은 불용되고 서울시로 예산을 반환해 버립니다. 그때 여러 사람이 문제 의식을 느끼고 당사자들과 함께 연대해 주었습니다. 사업 불용을 막지는 못했지만 우리 존재에 대한 응원을 체감하게 된 소중한 계기였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시민이 겪는 불이익과 부당함에 맞서서 연대하며, 나는 당신의 싸움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본인이 말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앨라이가 되는 것’이 성소수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삶의 ‘정상성’을 규정해 버리고 그 외의 삶의 모습을 폄하하거나 배척해 버린다. 우리가 마을 안에서 구성하고자 하는 공동체는 그러한 폭력적인 모습을 닮아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사회적 규범의 미비로 인해 소외되고 가시화되지 않는 삶의 모습까지도 존중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이 어우러지고 평등하고 삶의 권리를 보장받는 공동체가 되도록 마을 안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드러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열린 이야기자리는 그와 같은 교육의 필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황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