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통행하려는 사람들로 번잡했던 제과점 앞 종암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03-153)이 여유롭고 한산하다. 12월 21일부터 버스정류장이 현 정류소에서 후방 50m 농협은행 앞으로 이전을 알리는 홍보물이 눈에 들어온다. 농협은행 앞에 가보니 가로수를 정리하고 있었고, 주변상가의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다.
그동안 종암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 이전은 많은 종암동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종암동의 모든 거리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고자 했던 종암동의 주민들은 마을계획단이 주최했던 ‘2016 마을총회’에서 <버스정류장을 안전한 곳으로>를 11개의 의제 중 우선사업 순위 3위로 선정하였다.
종암동 마을계획단은 2015년 시작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어떤 마을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 인지를 주민간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마을 계획 비전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주민 모임으로 복지경제분과, 교육문화분과, 주거환경분과 3개의 분과를 구성‧운영하였다. 현재 종암동 주민자치회의 모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지?”
“옮기면 되지!”
“어디로?”
“왜? 난 길 건너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어서 편해”
“주변 상가에서 반대가 심할 텐데”라는 우려와 걱정스런 마음에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분분하였다. <버스 정류장을 안전한 곳으로>의 처음 시작은 단순히 이전하자는 의견이었다. 평상시에도 협소해서 복잡한 버스정류장은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지날 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통행하려는 사람들의 서로 뒤엉켜 통행이 위험했다.
‘위험한 버스정류장을 안전한 버스정류장으로 만들어보자!’
2017 마을총회에서는 안전한 버스정류장 조성을 위한 주민간담회를 개최하였다. 9개의 모둠으로 구성하여 해결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토론하고 공유하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함께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공론의 장이 형성되었고,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서로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다. 중앙차선 설치,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 버스정류장 아케이드 설치, 간선 지선으로 나누기 등 다양한 의견들을 주민투표로 결정하였다.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자”는 의견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의견만 합의했을 뿐 실행으로 옮겨지진 못했다.
그리고 2018년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시범동으로 종암동이 선정되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마을의 주인이 되어 직접 동네 정책과 예산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마을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권한과 기능이 부여된 민관 협력기구이다. 주민자치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학교에서 최소 6시간 교육을 받아하고, 이수자 중 공개추첨을 통해 선정되며 구청장이 위촉한다. 종암동은 4만여 명이 넘는 인구로 59명의 위원을 선정하였다.
종암동 주민자치회 기획행정분과위원회는 <버스정류장을 안전한 곳으로> 사업을 이어받아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성북구와 서울시에 전달하였다. 마침내 승인을 받아 오늘 날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풀뿌리 자치 활성화와 주민들의 민주적 참여를 위해 종암동 주민자치회는 2017년 12월 발대식을 하였다. 2018년 1월 종암동 주민자치회(이병한 주민자치위원장) 운영세칙을 제정하고 임원 선출을 하였다. 기획행정분과 외에도 보건복지분과, 교육아동청소년분과, 생활안전환경분과, 문화체육분과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보건복지분과는 헌혈의 날을 주관하고, 지난 6월 19일 종암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제2회 종암동 헌혈의 날’ 행사에서 대한적집자사 서울동부혈액원(김연숙 원장)과 정기적인 헌혈 참여와 선진 헌혈문화 정착을 위해 협력하는 약정서를 체결하였다. 10월16일 ‘제3회 헌혈의 날’ 행사에서는 헌혈증 77장을 혈액암협회에 기증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었다. 교육아동청소년분과는 이육사기념관 건립과 이육사 알알이(알고 알리는 이)사업과 종암동 문집 2호 『너나들이』를 발간하였다 .생활안전환경분과는 골목정원을 조성하고, ‘종암동 청소의 날’을 만들어 매월 셋째주 목요일 종암동 직능단체와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쾌적하고 깨끗한 골목길을 만들고 있다. 문화체육분과는 주민센터 옆 쓰레기가 쌓였던 골목길을 다양한 작품들을 주기적으로 전시하는 갤러리로 조성하였다. 현재 갤러리에는 일년 동안 종암동 주민자치회 활동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종암동 주민자치회는 마을 안에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 문화, 환경, 안전 등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개선하고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종암동 주민자치회는 ‘2018 행정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이병한 주민자치위원장과 김지연 마을코디가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다가오는 2019년은 성북구내 10개동이 주민자치가 시행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종암동 주민자치 활동은 앞으로 주민자치를 시작하는 동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는 데에 종암동 주민자치회가 중심에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