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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또 하나의 가족 – 전국 최초의 장애아동 시간제 돌봄터 ‘나무와 열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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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2월 12일

우리 마을 길음역 환승주차장 7층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 모두가 함께 모여 놀고, 배우며, 서로의 가족의 되어주는 곳. 장애아동 시간제 돌봄터인 <나무와 열매>의 따뜻한 풍경이다. 이곳의 시작은 장애아동 부모들의 작은 모임이었다. 장애아동들은 방과 후에 마땅히 놀거나 쉴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또한 부모들이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할 경우에도 가족이나 이웃의 도움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러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던 부모들의 작은 모임은 어느 날 ‘이심전심 부모마음 장애아동 품앗이 마을 만들기’라는 장애 돌봄공동체가 되었다. 그리고 2013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며 지원금과 사업비를 받아 지금의 공간을 마련했고, 2014년에는 <나무와 열매>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부모 사후 부모 되기”를 목표로 “영속적인 평생 돌봄 시스템”을 지향하는 전국 최초의 장애아동 시간제 돌봄터인 <나무와 열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 나무와열매사회적협동조합

<나무와 열매>의 로고에는 이 모임을 만든 부모들의 세심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나무는 부모를, 열매는 아이들을 뜻한다. 동그란 원은 아이를 품고 있는 부모의 모습이며, 그 원이 점선으로 되어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임을 나타낸다. 장애인 관련 시설들은 대부분 폐쇄적인 경우가 많은데, <나무와 열매>는 장애아동에게는 물론이고, 그 장애아동의 가족들, 비장애 아동, 자원봉사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는 곳이다. 실제로 길음역 환승주차장 7층 <나무와 열매>의 입구에는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으며, 원한다면 견학이나 탐방, 사진 촬영까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부를 둘러봐도 숨겨진 공간이 전혀 없을 정도로 모두 오픈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로고에서 약간 짧게 그려진 ‘열매’의 ‘매’자는 장애아동을 표현한 것으로, 장애가 있는 가족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내세우려는 부모들의 열린 마음이 나타나 있다. 아이를 단단히 품으면서도, 행여 폐쇄적인 돌봄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담긴 <나무와 열매>의 로고는 밝고 경쾌한 공간의 느낌과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 나무와열매사회적협동조합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이나 ‘장애인 활동 지원’ 등의 돌봄 서비스 정책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일상적 돌봄 위주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복천 연구위원이 2016년 발표한 『장애아동 돌봄 지원제도 현황 및 개선 방안』에서 지적된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서비스 대상자가 전국 가구 평균 소득 100% 이하 가정으로 한정되다 보니 서비스 이용자가 제한되어 있고 1인당 돌봄 서비스 제공시간도 월평균 40시간에 그치고 있었다. 또한 양육지원사업 제공 기관의 수도 전국 18곳에 그쳐 접근성과 인력 배치의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돌봄 인력의 처우가 적절하지 않아 돌보미 이탈의 문제도 심각했다. ‘장애인 활동 지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었는데 첫째, 서비스 대상자 연령이 만 6세에서 64세까지로 만 6세 미만의 장애아동을 둔 가족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둘째, 대부분의 서비스 내용이 성인장애인의 신체적 활동 지원 및 요양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어 장애아동의 발달 및 성장기의 필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활동 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대부분이 발달장애 아동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는 성인장애인 중심으로 이루어져 제공 인력의 전문성에도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었다.

ⓒ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무와 열매>는 이러한 제도적 여백을 채워주는 틈새 돌봄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우선 <나무와 열매>에는 이용 아동의 연령 제한이 없다. 만 6세 미만의 아동들도 얼마든지 돌봄을 받을 수가 있는 곳이다. 또한 가구 소득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용 가정의 범위가 제한적이지 않다. 장애아동의 발달 및 성장기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이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페이스 페인팅이나, 보드게임, 요리 등 아동들이 재미있게 노는 가운데 사회성을 기르고 생활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놀이를 통한 체육수업에서는 ‘빙빙 점프’를 통해 순발력과 균형감각을 키우며, ‘볼링 치기’를 통해 힘을 조절하여 표적을 맞추는 능력을 기르고, ‘링 던지기’를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레벨업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아동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에 생기는 유휴(遊休)공간을 이용하여 성인장애인들의 돌봄도 실행하고 있었다. 2016년 8월부터는 가정으로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도 시작하였다. 지금은 이러한 틈새 돌봄의 기능을 하는 기관이 전국을 통틀어 <나무와 열매> 단 한 군데뿐이지만, 점차 확대되어 비슷한 성격의 기관이 전국 곳곳에 생겨날 수 있다면 양육지원사업 기관의 수적인 한계를 보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성북마을 기자단 남예지

길음역 환승주차장 7층에 있는 <나무와 열매>는 긴급•일시•상시 돌봄이 필요한 장애아동을 위한 시간제 돌봄 기관으로 회원, 비회원,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사전예약을 통해 4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사용할 수 있으며, 오후 6시 이후에는 600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용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나무와 열매> 견학이나 탐방을 원할 시에는 방문 일주일 전에 방문 인원과 방문시간을 예약하면 가능하다. 자원봉사는 직접 연락하거나 이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410101-01-285839(국민은행 예금주: 나무와 열매)를 통해 후원에 참여할 수도 있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02-909-4125, 02-909-4122) 혹은 이메일(namu4125@naver.com)을 통해서 가능하며, 홈페이지(http;//www.나무와열매.kr/)를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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