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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 – 전국 최초의 장애아동 시간제 돌봄터 ‘나무와 열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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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2월 12일

비장애 아동들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환경이나, 비용, 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교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데에 반해, 장애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은 한정되어 있고, 비장애 아동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관에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별을 당할 소지가 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매우 적다. 장애아동들은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양육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의 양육을 도와줄 수 있는 돌봄 기관이나 제도적 장치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은 장애아동의 가족들이 또 한 번의 좌절을 겪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7년에 김유리, 최복천에 의해 이루어진 『장애아동 가족을 위한 돌봄 지원 개념화 연구』를 보면 장애아동 돌봄 지원의 구체적 내용 및 범주를 ‘일상적 돌봄’, ‘활동 중심 돌봄’, ‘부모 돌봄역량 강화’, ‘가족관계 강화’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러한 4가지의 지원범주 모두가 꼭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일상적 돌봄’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정 시간 동안 장애아동을 돌봐줄 수 있는 단기 보호에 대한 필요성과 ‘가족관계 강화’의 부분에 있어 비장애 형제를 위한 장애 이해 교육에 대한 필요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필요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나무와 열매>와 같은 장애아동 돌봄 협동조합이다.

ⓒ 나무와열매사회적협동조합

시간제 돌봄터인 <나무와 열매>에서는 갑자기 급한 사정이 생겨 아동을 맡겨야 하는 경우에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으며, 주·야간 보호센터, 활동 지원서비스 등의 기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중간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일찍부터 장애아동 돌봄의 하나로 휴식서비스(respite care)를 제공하고 있는데, 부모는 장애아동 돌봄의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재충전의 기회를 얻거나, 비장애 형제·자매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장애아동은 한정된 공간을 떠나 다양한 사회적 체험을 해볼 기회가 마련된다. <나무와 열매>를 이용하는 어느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는 형제인 비장애 아동을 축구교실에 보내고 있었는데, 장애아동의 양육으로 인해 한 번도 축구교실에 데려다주거나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아이를 혼자 보내거나, 장애아동과 함께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던 중 <나무와 열매>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필요한 시간에 장애아동을 돌봄터에 맡기고 직접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장애아동의 양육으로 인해 그동안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비장애 아동의 일상적 양육에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된 사례가 있었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또한 <나무와 열매>는 장애아동의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장애에 대한 특수성을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무와 열매>에는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돌봄 시스템을 통해 비장애 아동들이 장애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식전환을 경험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내 형제·자매들이 겪는 장애의 특수성을 ‘나만 겪는 일’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결코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님을 어릴 때부터 체화(體化)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 박힌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나무와 열매>의 김경예 센터장 또한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비장애 형제·자매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전환을 몸소 경험한 장본인이다. 그러므로 김경예 센터장은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돌봄 시스템에 대해 더욱 확고한 믿음이 있다. 장애아동을 형제·자매로 둔 비장애 아동들은 장애가 있는 가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상대방의 멘토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서로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셈이다. <나무와 열매>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이곳으로 돌아와 봉사하기도 한다. 마을 안에서 ‘영속적인 평생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나무와 열매>의 꿈은 이렇게 현실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나무와 열매>가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관이 존재한다. <나무와 열매>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장애 유형별, 생애주기별 돌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협소한 공간이다. 15명이라는 한정된 인원밖에 수용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장애 유형별, 생애주기별 돌봄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일 수밖에 없다. 또 인건비 문제도 있다. 장애아동들을 돌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나, 현재 틈새 돌봄 기관으로서 받을 수 있는 연 850만 원가량의 지원비를 제외하면, 최소한의 시설 이용요금이나 국가의 사업지원을 통해 사업비를 받아야만 제대로 운영할 수가 있다. 지속해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력 또한 필요하다. 결국 시설의 규모와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 인력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나 현재의 지원금 안에서는 사실상 해결이 힘든 상황이다. <나무와 열매>가 기본적인 지원금을 받기 힘든 이유는 제도권 내의 기관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권 내의 돌봄 기관의 수는 제한되어 있고, 이에 장애아동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원치 않아도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화된 기관에 비해 관리가 쉽지 않더라도 <나무와 열매>와 같은 변용된 돌봄 기관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경예 센터장의 환한 미소 속에서는 우리 아이들과 가족 모두의 행복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다함께 돌봄’ 사업을 신청해놓은 상황이며,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고질적인 문제였던 인건비에 대한 고민이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해진다. 또한 3년째를 바라보며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동모금회 사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아동 마을이 함께 돌보면 행복합니다’라는 주제로 마을•사회적경제 한마당 행사 때마다 통합시설 확충에 대한 서명도 받고 있다.

ⓒ나무와열매사회적협동조합

2018년부터 일본 오사카의 어린이집·유치원 연계형 세이아이엔 유치원의 사회복지법인인 로코칸과 교류 활동을 하게 된 것도 <나무와 열매>가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각국의 복지시설에 대한 탐방과 연구를 통해 양국 사회복지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계획이다. 최근의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학부모 중심의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인 <나무와 열매>는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경예 센터장은 말한다. 간절히 꿈꾸면 그것은 결국 현실이 된다고. 이 좌우명 하나로 부모들의 자조(自助) 모임에서 시작한 <나무와 열매>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나무와 열매>의 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장애아동과 가족들이 집이나 학교, 치료실에 고립되어 있지 않고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들이 넘지 못할 어떤 문턱도 없는 공유·공생의 마을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나무와 열매>가 꿈꾸는 미래이자 존재하는 이유이다.

[글] 성북마을 기자단 남예지

길음역 환승주차장 7층에 있는 <나무와 열매>는 긴급•일시•상시 돌봄이 필요한 장애아동을 위한 시간제 돌봄 기관으로 회원, 비회원,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사전예약을 통해 4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사용할 수 있으며, 오후 6시 이후에는 600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용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나무와 열매> 견학이나 탐방을 원할 시에는 방문 일주일 전에 방문 인원과 방문시간을 예약하면 가능하다. 자원봉사는 직접 연락하거나 이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410101-01-285839(국민은행 예금주: 나무와 열매)를 통해 후원에 참여할 수도 있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02-909-4125, 02-909-4122) 혹은 이메일(namu4125@naver.com)을 통해서 가능하며, 홈페이지(http;//www.나무와열매.kr/)를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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