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더 좋아진다. 아파트 내 작은 정원이나 공원이 좋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도심 속 자연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힐링과 더불어 일상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해 주는 역할도 해낸다. 이에 도시 숲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한 도시 곳곳에서 숲 가꾸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북구에도 작지만 울창한 숲이 있다. 성북구 월곡동에 위치한 삼태기 숲이다. 그 이름도 친근한 ‘삼태기’라는 명칭은 상월곡과 천장산 사이 도로로 둘러싸인 마을의 형태가 마치 삼태기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111번 버스를 타고 월곡 중학교 앞에서 하차, 숲을 향하는 마음이 설렜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숲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버스에서 내려 낮은 집들을 지나 깨끗하고 단정한 골목을 따라 걸으니 서울국유림관리소의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관리소 입구를 거쳐 직원인 듯 보이는 분에게 삼태기 숲이 어디냐 물으니 바로 이곳이 삼태기 숲이라 했다.
삼태기숲은 서울국유림관리소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때문에 평일, 그것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다. 숲 내 조성된 유아 숲 이용시간 역시 정해져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다. 제한된 시간에만 숲을 방문할 수 있어 아쉬웠지만, 그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서울국유림관리소 건물을 지나 바로 숲이 시작됐다. 초입, 시선을 사로잡은 인공연못은 나무데크에 둘러져 있었고, 주위에는 크고 작은 벤치가 있어 가만히 앉아 주변 경관을 느끼기에 좋았다. 공기 중에는 풀 향기가 났으며 시선을 두든 곳마다 초록초록 했다. 조금 더 걸으니 키 작은 나무의자들과 ‘톰소여의 모험’이라 이름 붙인 오두막이 있었다. 이곳이 어린이 숲 체험장이다.
쉼터 연못 왼쪽으로 정자가 보였고, 숲길 이동로를 따라 걸으면 삼태기 숲을 빙 둘러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숲길 사이사이 출렁다리와 어린아이들의 체험 숲 통나무, 블록 등이 곳곳에 조성돼 있었다.
숲길 이동로를 따라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잎이 가득한 나무 사이의 좁은 길에 오르니 삼태기 숲 내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숲길에 들어서자 빛을 가린 큰 나무들 때문에 조금 어두웠지만, 깊은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길을 따라 더 들어가자 철문으로 막아 놓아 더 이상 갈수 없었다. 막아 놓은 곳은 온대림대표 식물종을 보유한 홍릉 숲과 이어지는 길로 산림보호 차원에서 사람들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삼태기 숲은 지난 2015년 주민들에게 개방됐다. 서울국유림관리소 청사 숲을 유아 숲 체험 장뿐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숲으로 조성한 거다. 지역주민이 즐겨 찾는 지역명소로 자리 잡은 숲에는 실제로 개와 산책을 나온 주민, 그리고 가볍게 나들이를 온 어르신들의 모습을 더러 볼 수 있었다. 그간 삼태기 숲은 휴식의 공간 뿐 아니라, 숲 해설 전문가의 교육장이나 아이들을 위한 이솝우화 공연을 하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문화 행사를 숲에서 진행한다면 더 친근하고 색다르게 다가올 것 같았다.
삼태기 숲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숲이 울창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한가로워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쉬고 싶었다. 이는 사람을 통제하는 것과 더불어 나무를 심고 키우며 병해충예방과 방제 활동을 주 업무로 하는 국유림관리소에 위치한 덕인지도 몰랐다. 나무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됐다.
타 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삼태기 숲은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어린이들이 숲의 생태에 대해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곳곳에 출렁다리, 밧줄타기와 같은 숲 체험 놀이와 더불어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과 친숙해 지고 숲의 공터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방에 청장산과 성북정보도서관이 있어 마음의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을 듯하다. 남녀노소 쉽게 접근해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도시 숲, 그 맑은 공기가 주는 싱그러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숲은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 받거나 훼손됐지만, 결국 인간은 자연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삼태기 숲은 사람들에 의해 보존되고, 또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돌려주는 온전한 자연의 모습이었다.
여름엔 더위를 막아주며 겨울과 봄엔 미세먼지나 황사의 방패막이 돼 주는 도시 숲, 이러한 환경이 곳곳에 더 많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을 때, 미세먼지로 인해 숲의 청량한 공기가 그리울 때, 난 아마 삼태기 숲을 찾을 것이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