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스토리, 천권의 자서전’ 시즌 2 수업이 열리는 서울시 50플러스 성북센터에 다녀왔다. 4주간의 수업으로 세대 간의 마음을 잇는 자서전 한 권이 완성되는 이번 강의에는 20여명의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하였다.
자서전 쓰기 강의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수업이 특별했던 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이 아니라 부모님의 추억과 기억이 가지런히 담긴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4주간의 강연을 맡은 (주)꿈터 황선미 강사님의 인사말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작가로 다양한 활동 중인 본인 또한 지난 강연 수강생이자 부모님의 자서전을 집필한 유경험자였다.
이번 수업을 통해 자신과 부모님의 삶의 가치를 돌아보며 가족의 역사를 찾아가게 된다고 했다. 또한 단순한 기록과 이야기의 모음이라고만 여겼던 자서전 작업을 통해 당시와 지금의 지역과 문화, 역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이 공유되어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까지 연결된다고 하니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수업 첫 질문은 자서전 쓰기에서 중요한 3요소가 무엇인지였다. 여러 번 강조하여 익혀달라는 정답은 경청과 존중, 그리고 용기라고 했다. 함께 수업을 만드는 우리끼리의 경청뿐만 아니라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귀를 기울였었나? 나는 내 감정에 귀기울여보았나? 그리고 나아가 글을 쓰고자 하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담담하게 그저 경청하라 하였다.
또 스스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타인에 대한 존중을 약속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 용기 내어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 내 이야기를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음으로 내가 놓치고 있던 주제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더불어 나는 왜 자서전을 쓰고 싶은가 10분정도 적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발표를 하였다. 30대부터 70대, 80대까지가 함께한 수업 안에서도 나와 부모님이라는 공통 주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부모님과 자신, 그리고 가족을 돌아보며 한 분 한 분 목소리가 떨렸다. 부모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다며 울먹였다. 이제는 돌아가셨거나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그들의 삶과 청춘을 보지 않았던 후회도 있었다. 따듯했지만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 경험해 보지도 못 했던 한국 전쟁사, 치매 노인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이어졌지만 내가 판단하고 이해했던 부모님이 아니라 한 남자와 여자로서의 당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겠노라 약속했다.
수기로 적었던 글을 컴퓨터로 옮겨 담으며,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들을 위해 각 수업 시간마다 주어진 과제를 해오되 지금으로부터 반대의 시간으로 짚어가 보기로 했다. 주로 부모님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듣고 적어오기였다. 너무 먼 과거로 돌아가 글머리를 잡기보다는 현재에서부터 차곡차곡 뒤로 가며 부담을 줄여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과제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만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참여에 의의를 두라는 강사님의 당부와 ‘기억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의 물꼬가 터질거예요.’ 라는 한 마디를 남기셨다,
한 차시 한 차시 수업을 더 해가며 부모님과 나의 지난 시간들을 들여다 볼 시간이 많아졌다. 의욕만 가지고 누군가의 인생을 돌아보며 글로 남기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분도 계셨다. 나 역시 나와 부모님께서 자랑스레 여기는 일들만 적기도 쑥스러웠고, 치부를 적어보자니 발가벗겨 지는 것 같아 글을 쓰기 망설여졌다. 지난 시간 나의 자신감이 무모하다 싶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순간순간마다 우리 모두의 시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자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제를 함께 공유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곳에서도 당신이 잊고 있었던 기억의 한 꼭지를 발견하는 분도 계셨다.
자서전은 왜 쓰는가? 에 대한 질문부터 부모님의 인터뷰 방법이나 질문하는 방법, 서문 쓰기와 글다듬기와 편집 등을 배우는 수업은 4번이 수업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감동이 있고 훈훈한 시간 이었다.
삶의 방대한 기록을 모두 옮겨 담지는 못하겠지만, 딸과 아들이 그녀와 그에서 어미와 아비가 되고, 돌아가는 삶의 기록들을 함께 공유하고 둘러본 것만으로도, 나와 당신의 손에 한 권의 책이 되어 남는 것으로 행복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삶은 독사진이 아니라 단체사진이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