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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성북동, 성북구의 시작이자 끝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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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9월 30일

삼선동과 동소문동, 동선동까지 다다르니 세 갈림길에 다다랐다. 먼저는 성북동, 그리고 그다음은 정릉동,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돈암동이었는데, 성북동을 홀로 내버려 둔 채 정릉동과 돈암동으로 틀어서 가기는 그랬기에 (그렇게 하면 정릉동과 돈암동 사이에 길음동 이야기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자연스럽게 몸은 한성대입구역을 지나 성북동으로 가게 된다.

성북동. “한양도성의 북쪽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의미만큼 성북동을 잘 설명해주는 말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통 성북동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가 “부촌” 이라거나 “대사관이 모여있는 곳” 이라거나 “빈부격차가 엄청난 곳”이라거나 시쳇말로 “SNS 감성이 충만한 곳” (확실히 성북동에 카페, 음식점, 미술 갤러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라고들 말을 하지만 성북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한양도성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한양도성의 북쪽.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지역은 배산임수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한양도성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주변의 산에다가 도성을 빙 둘러서 쌓았기 때문에, 경복궁에서 북서쪽의 인왕산, 북쪽에 있는 북악산에 도성이 걸쳐져 있었다. 성북동은 그중에서도 북대문인 숙정문과 동소문인 혜화문의 사이에 걸쳐진 동네였다. 성북동의 바로 북쪽에는 북악산이 있었고, 성북동의 정 남쪽은 지금 위치에서는 혜화동로터리를 지나, 원남동을 지나면 흥인지문에서 바로 빗겨서 난 이간수문과 오간수문, 그렇다. 청계천이다. 그리고 지금은 복개된 상태이긴 하지만 성북천이 흐른다. 그 성북천의 종착지도 역시 청계천이다. 요즘은 그 의미가 다소 희미해졌다고는 하나 배산임수가 이렇게 잘 갖춰진 곳은 이른바 “명당”으로 불렸다. 당연히 이곳에 오래전부터 고위 관리, 명망 있는 작가, 학자, 그리고 거상과 부호가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였고, 그것은 2010년대가 끝나가는 2019년의 가을 초엽까지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 되었다. (재밌게도 종로구에는 성북동과 같은 성격을 가진 동네가 5곳이 더 있다. 평창동, 삼청동, 부암동, 필동-재동(북촌) 인데, 여기는 애초에 조선 궁궐이 모여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 덕에 성북동은 자연스럽게 “역사적 인물들의 흔적이 모인 박물관” 같은 동네가 되었다. “성북동은 박물관이다.”라는 슬로건은 눈여겨볼만 한 말이다. 지금 당장 1111번 버스 정류장에서 성북동이 시작되는 성북문화원 정류장부터 만해 공원까지 적게는 4명, 많게는 10명 이상 떠올렸을 것이다. 최소 여러분은 성북동 내에 있는 각종 안내판을 통해 4명 (최순우, 전형필, 한용운, 법정 스님) 정도는 가볍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성북동을 여러 번 가다 보면 그 수는 점점 쌓일 것이다. 이태준, 거상 이종석, 박태원, 조지훈, 김광섭, 김용준, 김환기, 김영한 (과 백석), 장승업까지 (장승업의 집터는 성북예술창작터-성북1동 치안센터 앞에 있다) 수많은 인물들이 성북동에 터를 잡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성북동하면 같이 따라오는 키워드가 있다. “대사관”. 대사관 하니 어릴 때는 이게 제일 궁금했었다. 왜 성북동엔 대사관이 많은가.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성북동천>에서 꾸준히 내는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를 참고하자면 대사관이 많은 이유는 이전에 삼청터널이 건설되면서 각국 대사들과 외교관들이 청와대에 가기가 굉장히 편해지면서라고 한다.

(출처 – https://brunch.co.kr/@seongbukstory/211)

그리고 요즘에 와서는 성북동에 대사관이 많은 덕분에 성북구는 특이한 축제를 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누리마실 시리즈>이다. 왜 이게 시리즈가 되었냐면, 원래는 [세계음식문화축제 누리마실] 단일 행사만 있었다. (그리고 이 행사는 성북동에 대사관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가 최소 한 칸짜리 부스, 길게는 3칸짜리 부스를 펴가면서 자국의 음식, 문화를 홍보한다) 그랬더니 누리마실 한 번만 하기는 뭔가 아쉬웠던 EU 소속 국가 대사관들이 힘을 합치더니(?) 겨울에 하는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고, (누리마실이 2019년으로 11회,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이 작년 크리스마스로 9회, 올해 진행하면 10회다) 이후 중남미-카리브 국가가 라틴아메리카 축제가 개최하면서 봄에는 누리마실, 여름에는 라틴아메리카 축제, 겨울에는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 (가을은 성북진경 축제가 성북구 전역에서 펼쳐지므로 빠진다.)을 묶어서 일종의 시리즈물 형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도 나름 복이라면 복이다.

성북동은 성북구의 시작이자, 끝점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도 혜화동로터리를 넘어서 성북구로 들어올 수 있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성북동에서 와룡공원을 거치면 종로구 명륜동으로, 북악하늘길에서 좀 길게 걸어도 바로 종로구 부암동, 넘어서는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까지 갈 수 있는 성북구의 끝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성북동을 자주 가면서 느끼는 아쉬움은 역시 “교통편”이지만 가을길을 천천히 걷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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