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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현장스케치] 성북구 한 책 읽는 라디오 :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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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23년 12월 18일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하는 성북의 대표 독서운동 ‘성북구 한 책 읽기’. 주민들과 함께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을 정하기 위해 1년 동안 후보도서들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경험하고 소통하는 대중독서운동입니다. 올해의 한 책과 어린이 한 책을 매년 선정해오고 있는데요, 올해는 더 폭넓은 경험을 위해 비문학 한 권도 선정했습니다. 11월 17일, 2023 성북구 한 책 선포식에서 3권의 책이 모두 발표되었습니다. 성북구 한 책으로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비문학으로 김희경의 ‘에이징 솔로’, 그리고 어린이 한 책으로 은경의 ‘애니캔’이 선정되었습니다.

12월에는 성북구 한 책으로 선정된 세 명의 작가들을 한 분 한 분 만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됩니다. 12월 6일, 첫 번째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오후 7시 30분, 어둑어둑해진 시간에, 환하게 불이 켜진 길빛도서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 정지아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년에 비해 나이 드신 분들도 많았고, 엄마와 함께 온 청소년, 남성분들도 많았는데요, 3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은 <한 책으로 읽는 라디오>라는 콘셉트로 진행되었습니다. 작가에게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는 “독자의 물음표”와 내가 나누고 싶은 문장을 낭독하는 “독자의 따옴표”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미 올해 성북 책모꼬지를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한차례 진행했기에 이번에는 조금 더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아버지의 삶을 글로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였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빨치산의 딸이었던 작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TV로 그 장면을 보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우셨고, 덤덤한 아버지에게 작가는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 물어봤다고 해요. “나는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다. 사람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때는 그 대안이 사회주의였을 뿐이다.”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를 인간으로 동경하게 되었고 이후부터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고 합니다.빨치산의 딸로 성장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다음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작가의 첫 마디부터 극한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알게 되는데 그들의 상처에 비하면 본인의 상처는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합니다. 본인은 부모님의 사상적인 문제였을 뿐 큰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는 부모님이 큰 도덕적 결함을 가지고 있거나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가 더 극복하기 힘들지 않나 싶다며, 오히려 성장과정에서 역사 속에서 인간이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작가로 큰 토대가 되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구례라는 작은 동네에서 가식과 위선이 없는 끈끈한 관계 속에서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살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경청할 수 있는 태도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 역시 명쾌하게 답변하였습니다. 서로 다름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그게 기본값이라고 하면서요. 인류 역사상 대립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며,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다름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 하면서요. 그리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편한 것만을 찾으려고 하지만, 갈등이 기본이고, 다툼이 기본이며, 고통이 기본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독자들의 질문 뒤에는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을 낭독했는데요, 서로 낭독하고 싶다며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번쩍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통해 자신과 부모와의 갈등적인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며 그에 관한 부분을 낭독하였습니다. 갈등조차 느낄 수 없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독자분의 이야기에는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관계자분이 휴지를 들고 다니며 나눠줘야 할 정도였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혼자서 읽었을 때보다 훨씬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지아 작가 또한 글처럼 연신 유쾌하게 말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명확한 답변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작가와의 만남 이후에는 한 책 선포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정지아 작가를 위해 트로피 전달식이 진행되어 함께 한 기쁨을 더욱 크게 누릴 수 있었습니다. 14일에 있을 김희경 작가와 15일에 있을 은경 작가와의 만남도 기대됩니다. 아직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비롯한 성북구 한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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