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주민들이 참여해 자유롭게 활동한다. 정기적으로 성북의 지역 명소를 방문해 하얀 도화지에 풍경을 담는다. 성북구는 역사가 있고, 문화가 살아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최순우옛집, 길상사, 심우장 등 그림 소재는 다양하다. 한양도성과 어우러진 풍경은 예로부터 산수화의 소재가 되었다. 풍경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다보면 도심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색다른 영감을 떠오르게 만든다.
지하철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왼쪽 골목길로 걸어가니 한양도성 순성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 끝, 성북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의미 있는 장소인 한양도성이 눈앞에 펼쳐진다. 삼선동에서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이웃만들기에 선정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성북어반스케처스’의 활동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날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한양도성 아래 길을 따라 걷는 탐방객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빌딩과 아파트 등 현대식 건물이 시야를 가리는 풍경을 벗어나 369성곽마을을 거닐며 정겨운 풍경을 마주한다. 9월 17일(일) 오전 10시 활동을 위해 모인 주민들에게 종이, 연필, 지우개, 화판을 대여해주고 있었다. 성곽길에 설치된 의자, 개인이 가져온 의자, 369마실 카페, 369예술터에 앉아 각자의 위치에서 보이는 풍경이 하얀 도화지에 채워진다. 마을 주민이 데리고 나온 강아지 바로도 한몫을 했다. 마을의 풍경을 직접 보고, 스케치로 완성되어지는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을과 그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스케치를 마무리 한 후, 369예술터에서 그림수다가 이어졌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발견한 것, 각자의 작품을 보면서 그날의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디자인 인쇄일을 하고 있다는 주민은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어렸을 때 그림을 그렸던 때를 회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은 오랜만에 하는 스케치여서 어떤 풍경을 담을지 정하기 어려웠지만, 그림을 그리다보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그림책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힐링되었다고 했다.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홍보 포스터를 보고 참여한 모녀는 고등학생 딸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림을 배우지 않았지만,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성곽길을 자주 방문하는 주민은 전 날 해바라기를 그렸지만, 비 온 후 고개 숙인 해바라기 풍경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산을 그린 후 성곽을 그리고 바라본 풍경은 건물 지붕으로 막혀서 아쉬웠다는 분도 있었고, 한양도성은 왕마다 다른 증축을 해서 돌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는 역사를 배울 수도 있었다. 야생화를 그리기도 하고, 수채화 물감의 번짐으로 채우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길을 그렸다는 분 등 각자가 보는 시선의 풍경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그린 사람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2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림을 그린 후 이야기하는 시간은 참여한 모두가 밝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10월 10일(화) 오전 10시, 변종하 미술관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눈앞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주민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가을 단풍으로 물든 어느 날, 어반스케처스 참여자들의 작품은 성곽길에서 작은 전시회로 만나게 된다. 도화지에 담긴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행복한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마을에 향기를 더하는 어반스케처스 활동이 계속 이어져서 많은 주민들이 아름다운 성북마을에서 새로운 발견으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성북어반스케처스
https://usk-sb.blogspot.com
https://instagram.com/sb_urbansketchers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