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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김선민 – 정릉골과 두꺼비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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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2014년 12월 23일




<정릉골과 두꺼비집 프로젝트>




 두꺼비집 프로젝트는 정릉골 재개발 지역의 빈집을 활용하는 마을재생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을재생활동이라는 이름을 쓰니 거창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방치되어 있는 집들이 아까우니 싼 값에 임대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사용해보자는 의미입니다. 두꺼비집 프로젝트가 정릉골 빈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프로젝트 구성원이 대부분 정릉3동에 위치한 성모의집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자원교사 출신들이기 때문입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부방을 오가며 정릉동에 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빈집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재개발 구역 확정 이후 주민들이 떠나는 과정에서 동네 골목골목의 활기가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공부방 교사들은 정릉골에 빈집이 많아지면서 골목을 오가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가로등이나 CCTV의 설치 빈도가 낮은 정릉3동 구역 특성상 해가 지면 골목이 매우 어두워지고, 길도 높낮이가 제각각이라 오가기가 불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빈집마저 계속 늘어나다보니 골목에 빛은 사라지고, 주민과 주민들 사이에 빈공간이 생기면서 온기보다는 냉기가 마을을 감싸게 되었습니다. 재개발 이후 비워진 집들도 꽤 있지만 정릉골에는 이미 십여 년 이상 방치되어 폐가가 되어 버린 집들도 상당 수 존재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막상 이런 폐가가 누구의 소유이고, 어떤 이유로 버려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공부방 교사들끼리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다가 빈집을 활용해 정릉동 소외계층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뜻이 맞는 교사 5명이 모여 ‘쌤들마음’이라는 단체를 구성하고 정릉3동에 위치한 빈집을 하나 임대했습니다. 임대계약 후 직접 벽을 칠하고, 바닥을 깔고, 천장을 수리해 학생들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쌤들마음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 계획을 만들어 주는 멘토링 시스템을 만들어 진행하였습니다. 문제는 쌤들마음 활동을 하면서 정릉골 빈집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집을 구하기 위해 동네 어르신들에게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집들에 대해 물어보고 마을을 이리저리 오가며 둘러보았습니다. 우리 생각보다 정릉골에는 빈집들이 많았고 보존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벽이 무너진 것은 기본이었고, 수도나 전기가 안 되는 곳이 태반이었습니다. 또한 임대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집의 소유주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집이 방치되어서 집주인을 아는 주변 주민들 역시 마을을 떠난 것입니다. 집을 임대하고 싶어도 주인을 모르니 계약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교육공간과 시스템 뿐만 아니라 환경적 개선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빈집을 통한 마을재생활동을 하기 위해 교육단체인 쌤들마음과는 별개로 ‘두꺼비집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쌤들마음은 두꺼비집 1호점에서 소외계층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두꺼비집 프로젝트는 정릉골의 빈집 문제 전반을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지역 활동에 뛰어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교육의 문제에서 마을재생의 문제까지 범위가 확장된 것입니다.








  마을재생활동을 시작하며 알게 된 것은 재개발지역 안에서의 지역활동이 어려운 이유였습니다. 빈집 하나에도 정부와 집주인, 재개발 조합 각각의 입장이 다르고, 바라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뚜렷한 하나의 초점을 지니고 나아가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두꺼비집 프로젝트가 빈집을 통한 마을재생활동에서 중요시 여기는 것은 복잡한 문제 사이에서 잊어서는 안 될 본질적 가치입니다. 결국 집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전면철거식 재개발은 진행되는 소요시간을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짧게는 3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고, 길게는 20년이 넘어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정에서 마을의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정릉골 아이들과, 청소년들, 주민들이 짊어지게 됩니다.








  두꺼비집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정릉골 재개발에 대한 결론이 확정나기 이전에 방치된 빈집을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자는 것입니다. 두꺼비집 1호점처럼 공부할 곳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공간을 빌려줄 수도 있을 것이고, 소설을 쓰는 작가 지망생에게 집필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빈집의 활용성은 무한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릉골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빈집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고, 더욱 사람들을 많이 불러와 쓸쓸해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구성 될 정릉골과 두꺼비집 프로젝트를 기억해 주세요.




두꺼비집 프로젝트 김선민





-활동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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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인터뷰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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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동을 돌아다니며 살펴본 빈집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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