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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보문동, 보문역을 찍고 한 바퀴를 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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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7월 31일

<지난 기사>

지난 번 첫걸음을 종암동으로 시작해 안암동을 지나니, 자연스레 성북천을 넘어 보문동으로 몸이 향한다.

보문동과 신설동이 동대문구로부터 나뉠 때,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보문사가 지금까지 남아 있어 그 옆으로는 자연스럽게 보문동이 되었다는 간단한 동 유래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듯도 하다.

솔직히 나도 “보문동의 지역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동망봉 터널 위쪽 고개를 타고 낙산으로 자주 묵상과 명상을 위한 용도(?)의 하이킹을 자주 가면서 어디까지가 성북구 보문동이고 어디까지가 종로구 숭인동일까. 혹은 성북천을 걸으면서도 어디까지가 보문동이고, 어디까지가 안암동이며, 어디까지가 삼선동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막 보문동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면서 지도를 찾아봤을 때…….

보문동과 나머지 동들의 경계는 “원래부터 정말로 애매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각 동의 경계는 신설동과 보문동이다. 두 동은 딱 대광중·고등학교를 경계로 나뉜다. 앞서 말한 보문동과 숭인동의 경계는 (나는 동망봉터널 한가운데로 생각했으나) 낙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숭인교회-명신초등학교 앞까지이고, 보문동과 삼선동의 경계는 낙산 방면으로 경동고등학교를 경계선으로, 성북천 방면으로는 성북구청을 (정확히는 성북구청 인근에 있는 주유소까지) 경계선으로 한다.

굉장히 어렵다. 모든 경계가 성북천 하나를 기점으로 딱 갈라지는 보문-안암처럼 깔끔하게 갈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보문동은 신설동과 낙산, 삼선동이 이어지는 길 중간에 있어 그 뻗어 나가는 길이 다양하다. 그건 마치 우리들의 인생과도 같다. 경계라는 것이 모호한 것과 그 갈라져 나가는 방향도 다양해서 어디로 나갈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한옥을 포함한 저층 주택이 있었던 역사를 가진 보문동은 정말 “인생을 본떠 만든 동네” 가 맞는 듯하다. 게다가 동 이름은 종교 시설(사찰) 이름에서 따왔으니, 이 얼마나 적절한지!

보문동의 중심점은 보문역이다. 하지만 재미 있는 사실은, 보문역이 없었던 시절에도 보문역 사거리가 보문동의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이전의 명칭은 보문사거리였다. 그래서 나도 여기를 “보문역 사거리”로 불러야 하나 “보문사거리”로 불러야 하나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젠 우이신설선 보문역이 추가되면서 보문역 자체가 더 커졌기 때문에 보문역 사거리로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과거 보문역 사거리에서 성북천 쪽으로 가는 길목은 “보문동 자취 거리”로도 불렸다. 보문동은 위치상의 지점이 신기하게도 성북구 관내 주요 대학교 3곳의 중간 점 정도의 위치에 있는데, 안암동 쪽으로 나가면 고려대로 갈 수 있고, 동소문동 방향으로 나가면 성신여자대학교 쪽으로 갈 수 있다. 또한, 동망봉을 거쳐 낙산 쪽으로 가면 한성여고로 들어갈 수 있는데, 거기에 바로 한성대학교가 붙어있다. 그래서인지 이쪽은 성북천 쪽으로 나 있던 작은 주택들이 하숙집이나 자취방, 그리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향토학사들이 몇 있다. (성북천 라인만 해도 구미학숙, 제천학사, 남원애향장학숙이 있다.)

그러나 보문동도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순 없었고, 2011년 보문하우스토리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보문시장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나마 보문시장은 6호선 보문역 앞 작은 거리로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젠 그 건너편 성북천 자취 거리도 올해 초에 없어져, 곧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보문역을 따라 보문동을 걸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사진을 찍을 때 극명히 드러난다. 보문 아이파크 정문에서 사진을 찍으면 아파트 단지 사이로 사찰 법당의 풍경이 걸려 뭔가 오묘한 듯 생소한 기분을 줄 때가 있다.

하지만 몸을 돌려 정 반대 방향인 동망봉 고개 쪽으로 걸으면 오래전 달동네 주택이 없어진 낙산 올라가는 길목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과 대로 안쪽에 아직 남아있는 작은 주택들과 가게, 빌라들이 커다란 차이를 주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그리고 이제는 현판만 남아있는 하우스토리 아파트 앞 옛 보문시장 거리와 남아 있는 보문시장 앞쪽 성북천을 걸으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뭔가를 놓지 못한” 집착과도 같은 기분을 받을 때가 있다.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 그것들이 굉장히 뒤죽박죽 섞여 있어 어떨 때는 오묘한 기분을, 어떨 때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기분을 같이 선사해주는 보문동. 그 혼란스러움이 다 정리정돈 되어 없어지기 전에 한번 보문역을 따라 한 바퀴를 돌아보자.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송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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