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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청년과 주민이 함께 해요 ‘손 따라, 마음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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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마을
2019년 7월 31일

산산한 바람이 싫지 않은 6월 13일 이른 저녁을 먹고 성북노인종합복지관으로 향했다. 2층 취미교실로 들어서니 붓, 물감, 종이 등 캘리그라피 재료들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성북구 청년들이 함께 하는 ‘뻔뻔 클래스‘로 캘리그라피 취미교실 첫 시간이다.

캘리그라피는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Kalligrapha에서 유래했다. 말하자면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다. 글자의 자유롭고 유연한 선, 여백의 미, 먹의 독특한 번짐 등으로 다양한 서체를 표현하여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캘리그라피는 짧은 문장으로도 위로와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홀몸어르신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붓펜과 물감 등 재료들을 만지며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은 마치 새로 산 장난감을 만지는 어린 아이와도 같다. 꾸밈 없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기쁨이다. 저녁 7시가 가까워 질 무렵 ‘찾아가는 마을 공동체 교육‘ 때 만났던 낮 익은 얼굴의 청년들과 동네 주민들로 강의실이 채워졌다.

먼저 A4용지에 선 그리기, 곡선 그리기 둥 굵고 가늘게 힘 조절을 하며 그림을 그린다. 연필 잡듯이 붓을 쓰는 것보다는 붓을 세워 쓰면 더 다양한 글씨체를 쓸 수 있다.

“붓 펜을 쓰다가 갈필이 많이 나면 가운데를 한 번 눌러서 쓰세요.”

“오래 사용하려면 붓에 먹을 찍어 사용 하지 말고 리필하세요.”

“뚜껑을 잘 닫아주세요.”

라며, 김성희 전문 강사가 붓펜 사용 주의점을 알려 주었다.

‘뻔뻔 클래스’는 전문 강사와 함께하는 수업으로 각각 북아트, 부채 만들기, 그리고 배움을 바탕으로 한 나만의 엽서 만들기 등으로 진행하였다. 첫 시간은 수첩 표지를 디자인하는 북아트 시간으로 A4용지를 수첩 크기에 맞게 접은 후 구도를 잡고, 좋아하는 글귀를 써 보았다. 그렇게 충분한 연습을 거친 후 수첩에 글귀를 옮겨 쓰고 켈리그라피 용 굵은 붓으로 나무를 그린다. 얇은 붓으로는 가지를 표현하고 둥근 붓으로는 나뭇잎과 꽃을 콕콕 찍으며 그림을 그려 본다.

“어머! 잘 쓰시네요.”

“박수!” 우와~“

“어디서 좀 배우셨나 봐요.”

김성희 강사는 따뜻한 칭찬과 격려의 말로 앞에 앉은 경증 치매 어르신께 힘을 실어준다. 글씨 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던 어르신은 곧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한 자 한 자 정성껏 써내려 간다. 수첩 표지에 나무 그림을 그리며 반짝이 스티커로 나무 테두리를 장식하는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두 권의 작품 중 전시할 한 권을 모아 보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준급의 작품을 디자인하는 주민과 나의 일기, 물고기 그림 등 개성 넘치는 청년들의 작품을 함께 보며 서로 칭찬하고 격려 하는 모습은 세대를 뛰어넘는 뭉클함마저 느끼게 했다.

7월4일 마지막 수업은 고려대 근처 카페에서 자체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그동안의 배움을 바탕으로 나만의 부채 만들기를 하고, 총 4회차로 진행하는 동안 출석율이 좋은 참여자 중 4명을 제비로 뽑았다. 선물은 수업에 사용했던 캘리그라피 용품이다. 선물을 받은 홀몸어르신은 “잠시나마 저녁시간이 혼자가 아니었고, 새로운 취미가 생겨 좋은 시간 이었어요.” 라며 이런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고, 선물을 받아 더욱 좋다며 즐거워 하셨다. 함께 참여 했던 청년 신동규 학생은“ ‘캘리그라피’라는 공통주제로 수업을 하면서 마을의 어르신들과 교류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뻔뻔 클래스’는 2019 청청 마을만들기 사업 활동 중 일부이다. 청청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은 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계승·발전시키고,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주민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마을 공동체 사업 중 하나로 청소년, 청년들이 직접 주도하고 계획한다. 행복 디자이너‘s 대표제안자 성북노인종합복지관 서승아 사회복지사는 “지난 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한다는 장점과 일상에서 벗어나 지역 내 청년으로서의 사회에 봉사하거나 환원하며 함께한다는 점이 즐거웠어요, 하지만 주로 복지관 직원들로 모임이 구성되어 있어서 사업진행이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업무의 연속이라고 느끼거나 부담을 가지는 일부 참여자가 있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라며 지난해 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올해 ’행복디자이너‘s는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캘리그라피와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지역 내 청년들을 모집하였다.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대학교 연합 동아리로 목공 인테리어에 관심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행복디자이너‘s는 청청 마을 만들기 내년사업으로 목공 인테리어를 활용한 취약 계층의 주거를 주민과 함께하는 개선사업으로 구상 중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문제를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찾고 고민하고 있다.

문득 호주의 어느 원주민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이들은 매년 돌아오는 생일만을 축하하기보다 삶을 통해 자신이 계획한 일을 성취하였을 때 비로소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제각기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듯이 재능을 역시 다르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재능이 있는 ‘행복디자이너‘s의 청년들이 자신이 계획하고 기대하는 일을 마을 안에서 이뤄내기를, 마을 활동가로서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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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우리의 문제를 협동으로 해결하는 함께 사는 성북마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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