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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지역문화 행사로 소통을 이어간 문화공간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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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2021년 10월 8일

지역문화 행사로 소통을 이어간 문화공간이육사

 

저항시인 하면 떠오르는 한용운과 이육사는 성북구와 인연이 있다. 한용운 선생의 유택인 심우장은 성북구 성북로에 님의 침묵을 써내려간 ‘그의 글씨, 그리고 옥중공판기록 등과 함께 그대로 보존돼 있다. 아울러, 이육사 선생은 1939년 성북구 종암동 62번지로 이사한 후 약 3년 간 거주하며 ‘청포도’ ‘절정’ 등 대표적인 문학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성북구는 지난 2019년 12월 종암동에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육사 선생의 삶과 문학을 기념하고 소중한 인연을 기리기 위한 ‘문화공간이육사’가 그것. 개관 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문화공간이육사를 다시 찾아 그간 어떠한 프로그램들로 주민들과 만났는지 알아봤다.

버스를 타고 종암동주민센터에서 하차, 빵집과 카페 등을 지나니‘ 청포도’ 시가 적혀진 기념비가 보인다. 우측으로 조성된 작은 공원엔 귀여운 모양의 작은 벤치가 더 많아졌고, 한쪽으로 포도나무로 보이는 덩굴이 자리해 이전보다 더 화사한 모습이었다.

문화공간이육사는 이육사의 작품을 비롯한 당대 저항문학의 의미를 살피는 개관기념 특별전 <식민지에서 길을 잃다, 문학으로 길을 찾다>로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지만, 2020년 5월에 열린 낭독극 <264, 그녀가 말하다>로 비대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고은주 작가의 ‘그남자 264’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낭독극은 이육사의 시가 관객들과 소통하기를 희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린 무관중 공연이었다. 임시휴관의 아쉬움은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송혁기 교수와의 인터뷰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육사문학관 교류특별전시<바다의 마음>으로 전시되었던 이육사의 유일한 붓글씨 <수부선행>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지난해 7월, 열린 ‘아는동네’展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종암동은 한국 최초 아파트가 세워진 동네라는 거다. 김봄ㆍ김승택ㆍ박세연ㆍ스톤김ㆍ이현철 5인의 현대미술 작가가 참여해 ‘종암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 전시는 과거에 존재했지만,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 현재에 존재하지만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들,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존재 할 것들을 기록했다. 전시를 통해 지금은 사라진 흥미로운 과거의 공간ㆍ동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ㆍ디지털 드로잉 작품ㆍ영상작품으로 마주할 수 있었고, 사라진 것과 사라질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갖도록 했다.

 

성북구는 2016년부터 5월 18일이면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기념 문화제’를 개최한 바 있다. 코로나로 문화제를 개최하지 못한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이육사 탄생 117주년 기념 문화제’를 개최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문화공간이육사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5월19일부터 6월3일까지 이육사 선생의 ‘계절의 오행’ 수필에서 제목을 딴 ‘내 길을 사랑하는 마음 : 읽는 시에서 쓰는 시’ 전시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성북구 관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 모임인 성북미술협회와 함께해 더욱 흥미로웠다. 주민들이 한용운과 이육사의 시를 켈라그라피로 쓰고 이를 에코백이나 텀블러로 만드는 체험행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전시를 관람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며 완성된 물건을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론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제로 진행됐다.

‘문화공간이육사’에서 최근 막을 내린 행사는 6월25일부터 지난 8월15일까지 열린 종암아카이브기획전 ‘종암서재’다. 문화공간이육사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종암서재’는 1950년 6.25전쟁 이후 현재까지 종암동과 주변 지역이 등장하는 여섯 편의 작품을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전시였다. 작가의 경험과 공간적 배경이 드러나는 조지훈, 박완서, 박경리, 신영복, 나희덕, 박준의 작품이 등장, 각각의 작품을 통해 종암동 뿐 아니라 작가의 시선을 통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담았다. 아울러, 종암동의 기억서재로 구성된 전시장 내부에는 서재 컨셉의 독서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했다.

문화공간이육사는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코로나로 움츠러든 지역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민들과 함께하며 말이다. 앞으로도 지역문화 환경을 개선하는데 기꺼이 활약해 주기를 아울러, 하루빨리 코로나가 잠식돼 지역 내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성북마을기자단 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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