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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사

아름다운 정릉골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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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치오
2012년 7월 11일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후일담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이들은 몇 년, 때론 몇 십년 전의 그녀와 그를 떠올리며 먹먹한 가슴으로 며칠간 행복한 우울증에 빠져들곤 했다. 주위에서 이런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는 후문.. ^^ 

 

   과거를 돌이켜 보게 하는 이 영화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은은한 배경의 빛깔과 정경은  정릉의 한옥, 낡은 주택, 골목길, 정겨운 담벼락, 작은 밥집의 일상적 모습이다. 과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아파트가 많이 생겨 과거의 정릉과 같은 운치는 느끼기 힘든 면이 있지만 여전히 정릉이란 동네는 우리 성북에서도 가장 포근한 곳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좀 가물가물하지만 중학교 때 쯤 교회에서 한 번 정릉에 놀러온 것 같다. 그저 우리 동네 (은평구)에 있는 서오릉 보다 좀 작네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성북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6년전 쯤, 지역조사를 하면서 정릉 일대를 설렁설렁 돌아다닌게 정릉에 대한 두 번째 기억인 것 같다.  그리곤 일 때문에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정릉이란 동네를 다녀갔었다.

 

   이번에는 마음먹고 정릉, 구체적으로는 2동을 돌아보았다. 청수장 입구에서 보국문길 우측과 좌측의 초입 동네와 내부순환으로 단절된 도로를 건너 신덕왕후 릉이 있는 정릉으로 가는 길목의 거리시장을 품은 동네를 두루두루 돌아다닌 것이다.

 

   한 30년 전의 정릉골과 6-7년 전의 정릉, 오늘의 정릉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안쪽으로 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지금도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곳에 살던 몇 분이 떠오르게도 했다. 내부순환 밑으로 낡고 좁은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살던 동네였는데, 그 분들은 모두 어디에 가셨을까?

 

   하지만 정릉은 여전히 정릉이었다. 정릉시장은 분주하고, 작은 한옥과 단독주택, 정겨운 골목길은  여전했다. 건축학개론의 풋풋한 대학생 주인공들이 설레는 첫사랑을 마음에 키웠던 작은 한옥 비슷한 집도 찾을 수 있었다. 동행한 아침을여는집 오범석소장에게 그 집이 영화의 바로 그 집이라고 우겨보기도 했다. ^^

 

 

 구비구비 골목을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 나오고, 단층집들이 서로를 뽐내지 않고 서로 어울려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는 동네,

 

한 사람이 겨우지나갈만한 골목길을 들어갔다 나오면 옛날에는 얼굴 까만 아이들이 해저물때까지 뛰어놀았을 너른마당이 나오는 동네,

 

마을 곳 곳의 작은 평상에 어르신들이 모여 망중한의 오후를 보내다 때로는 꾸벅꾸벅 졸기도 했을 동네,    

 

집 앞 손바닥만한 틈에 작은 화분과 스치로폼 박스를 놓고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와 아름다운 꽃을 키우고 있는 동네..

 

 

   무엇보다 정릉은 북한산을 바라보며 항아리 모양으로 편안하게 들어앉아 있는 겸손한 포근함이 매력이고, 새소리와 맑은 공기와 작은 시장과 어울려 자리잡은 작은 집과 사람들이 있어  정이가는 마을이었다.  성북으로 이사오게 되면 꼭 정릉으로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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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선 아파트 앞에서도 소박한 아름다운으로 당당한 작은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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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문 초입,  길가에 이런 곳이 있어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정릉 토박이로 정릉이 좋아 이 곳에 작은 공방을 차리고 자리를 잡으셨단다.  꼭 구경가 보시길… 장소는 비밀 (직접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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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모양을 닮은 작은 교회, 그런데 비어있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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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앞, 작은 텃밭이예요. 정릉골 곳 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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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정릉 안쪽의 동네도 이제 개발이 시작되어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져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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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장 골짜기 나즈막한 집들, 언젠가는 오직 추억속만에서 남게 될지도 모르는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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